맨발로 24㎞ 이동하며 7차례 매복 피해…하마스 공격 생존기

입력 2024-01-05 04:28  

맨발로 24㎞ 이동하며 7차례 매복 피해…하마스 공격 생존기
노바 음악축제장에 있던 20대,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
"등에 커다란 과녁 달린 듯…도주 중 예비군 소집 전화 받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이스라엘 남부 노바 음악 축제장에 있던 나다브 하난(27)은 맨발로 약 10시간 동안 24㎞를 이동해서 살아남았다.
하난은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하마스 매복 공격을 7차례 피했다"며 "등에 커다란 과녁이 달린 것처럼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티가 절정에 이른 오전 6시 아이언 돔(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봤다"며 "주 무대에 있던 사람들은 로켓을 못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난과 친구들은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매복한 하마스 대원들 때문에 차들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남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반대편에서 차가 역주행했다. 겁에 질린 두 남성은 주유소까지 갔다가 하마스가 쏜 총탄에 맞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이 지역에서 복무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뚫고 들어왔다면 30분이면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난과 친구들은 차를 버리고 걸어가기로 했는데 잠시 후 바로 가까이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그는 가방을 들고 뛰었고, 물줄기가 마른강에 도착했을 땐 방해가 되는 샌들을 벗어버렸다.
강바닥을 따라가다가 친구가 뒤를 돌아봤는데 강 위에 하마스 대원 서너명이 보였다.
하난은 "그들을 피해 4m 높이 강둑에 올라갔는데 당시 발엔 가시가 세 개 박혀 있었다"고 했다.

농로에 이르러서 멀리 있는 나무를 향해 움직이는데 총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때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도 우리를 향해 총탄이 발사됐다. 그제야 그들이 어디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모든 방향에 있었고 일부는 글라이더를 사용하거나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계속 걸어서 넓은 밭에 이르렀을 때 하마스 대원이 탄 오토바이 두 대가 나타나서 밭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
하난은 "총알이 휘파람 소리를 내고 모래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점점 커지는 거대한 과녁을 등에 달고 있는 것 같았다. 비명이 들렸지만 돌아보면 죽을 것 같았다"고 당시 절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고선 예비군 소집 통보 전화를 받았다. 그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행운을 빈다는 말만 들었다.
드디어 농장 건물에 도착해서 숨으려고 했는데 한 여성이 달려와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스라엘 헬리콥터가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은 파티시라는 공동체로 걸어가기로 했다. 경찰서에 전화했다가 그쪽에도 전투가 벌어졌다고 들었지만,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스라엘군이 처리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가보기로 했다.
하난을 포함해 약 40명이 트레일러가 달린 픽업트럭에 포개져 탔다. 드디어 안전한 곳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였다.
하난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는 총소리로 들린다고 했다. 당시 축제를 즐기던 청년 수백명이 하마스에 살해됐다.
하마스에 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그는 "나는 평화를 믿는다. 조부모님은 아랍 국가에서 왔고 아랍 친구들이 있다"며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이런 짓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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