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로 몰리는 아시아인…유럽 밀입국하러 지중해 건넌다

입력 2024-01-05 17:07  

리비아로 몰리는 아시아인…유럽 밀입국하러 지중해 건넌다
최근 유럽행 이민자 주요 기착지, 튀니지→리비아
튀니지 이민자 단속 강화 여파…혼란한 리비아 정정도 영향
유럽, 리비아 상대 러시아 입김 강화에도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 선진국들이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오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고심 중인 가운데 리비아가 최근 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주요 밀입국 루트가 되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동안 리비아의 이웃 국가인 튀니지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이민자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리비아가 이민자들의 주된 출발지로 바뀌면서 유럽 국가들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이탈리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간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로 건너온 방글라데시인은 3천800명에 달했다. 국적으로 따졌을 때 이 기간 이탈리아로 온 이민자 중 방글라데시인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주로 튀르키예나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리비아로 왔으며 항공료와 수도 트리폴리 인근 주와라에서 이탈리아까지 이동하는 배편까지 총 8천유로(1천15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달 동안은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로의 불법 이주 출발지로는 튀니지가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이탈리아 입국자의 3분의 2는 튀니지에서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 유입을 우려하는 유럽연합(EU)과 그 회원국들로부터 이민자를 단속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아온 튀니지 정부가 이민자와 밀항 알선업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이 같은 추세가 바뀌었고, 최근 리비아를 중간 기착지로 해 유럽으로 가는 이민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
실제로 작년 11~12월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간 시리아인, 이집트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은 총 1만200명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간 튀니지인, 기니인, 코트디부아르인은 총 2천200명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리비아의 구호단체 직원은 리비아 주와라를 통해 출발하는 이민자가 늘어난 것은 튀니지 경찰이 이민자들을 리비아와의 국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의 정치 분석가 압둘카데르 아사드는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과 관련, "방글라데시인과 파키스탄인들이 리비아 청소회사와 노동 계약을 맺고 항공편으로 합법적으로 리비아에 입국한 뒤 (유럽행)배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드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의 경우 도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일하기 위해 (리비아 수도)트리폴리로 배를 타고 온다고 한다.
리비아에서 출발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늘어난 것은 리비아의 혼란한 정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서부 트리폴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U·이전에는 GNA) 간 내전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는 이민자 다수는 하프타르가 지배하는 리비아 동부에 도착해 서부 주와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확대되는 러시아의 영향력도 유럽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이 정치 혼란을 겪는 리비아에 진출했고, 이후 러시아도 이를 발판으로 하프타르 군벌 측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8월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후에는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용병그룹이 차지하고 있던 현지 공군 기지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려 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이 지역에서의 유럽행 이민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클라우디아 가지니는 "러시아가 이민자를 유입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이민이 유럽과 아프리카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고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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