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00일] 피와 보복이 불지핀 중동 화약고

입력 2024-01-12 10:15  

[가자전쟁 100일] 피와 보복이 불지핀 중동 화약고
9년 만의 가자지구 지상전…확전 우려 점증 속 장기전 전망 우세
'생지옥' 된 가자지구 인구 1% 2만3천여명 사망
"네타냐후, 트럼프 美대선 후보 확정까지 전쟁 끌어보려할 것"


(요하네스버그·이스탄불=연합뉴스) 유현민 김동호 특파원 =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한번 피와 보복을 재료로 타올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14일(현지시간)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하마스 소탕을 내건 이스라엘의 파상 보복공세로 가자지구의 인구 1%가 100일만에 숨지는 '생지옥'과 같은 인도적 참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전쟁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소위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 허찔린 이스라엘, 9년만의 가자지구 지상전…양측 사망자 2만5천명
유대교 명절 직후 안식일이었던 지난해 10월7일 새벽.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에 수천발의 로켓탄을 발사하며 지상 기습공격을 감행,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살해와 납치를 자행했다.
1천200명 안팎이 숨지고 250명 넘게 인질로 끌려가는 전례 없는 피해로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즉시 하마스의 거점인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습으로 반격에 나섰다.
같은 달 27일에는 '하마스 완전 소탕'을 목표로 세우고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에 나섰다.
육해공을 총동원한 이스라엘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일시휴전에 합의하기도 한다.
같은해 11월 24일부터 최초 나흘간으로 설정된 휴전은 두 차례에 걸쳐 연장되며 영구 휴전의 기대가 커졌으나 12월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일주일간의 짧은 평화를 뒤로 하고 작전을 재개했다.
일시휴전 기간 인질 일부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맞교환 형식으로 풀려났으나 132명은 여전히 억류 중이다. 이스라엘은 이들 중 20여명은 숨진 것으로 본다.
일시휴전 종료 이후인 지난달 15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자국 인질 3명을 적대 세력으로 오인해 사살하기도 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중단과 인질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는 휴전을 압박했으나 이스라엘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사상자가 속출하며 인명피해는 갈수록 불어나 가자지구에서만 11일 현재 2만4천명에 육박하고 6만명 가까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9천600명, 여성이 6천75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0%가 넘는다는 게 가자지구 보건부의 주장이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작년 10월 7일 이후 폭력 사태로 최소 340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까지 합하면 전쟁 발발 이후 양측의 사망자는 2만5천명에 가깝다.
유엔은 최근 100일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암울한 평가를 내놨다.

◇ 중동으로 번지는 전쟁, 언제 끝나나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자 최근 정밀수색과 특수작전으로의 전술 전환을 발표하며 가자 전쟁의 축소를 공식화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하마스 3인자를 암살하는가 하면,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도 폭사시켰다.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노린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12일 후티 반군의 근거지에 대해 공습을 시작했다.
가자 전쟁의 중동 역내 확산 우려가 커지자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전쟁 발발 이후 4번째로 중동에 급파했으나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진 못한 모양새다.
11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선 작년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소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혐의 사건 심리도 시작됐다.
ICJ가 교전 중단이라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이스라엘이 재판부의 전쟁 중단 명령을 따를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과, 미국 대선 등 이스라엘 안팎의 여건을 고려할 때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튀르키예 보아지치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여기에서 멈출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네타냐후는 호흡이 잘 맞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전쟁을 끌어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으로선 전쟁 종식이 절실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전쟁을 그만두려면 최소 하마스의 1·2인자 정도는 잡아야지, 3인자를 잡은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테 연구실장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단 라파까지 가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로 보는 것이 정확한 시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내 역학이 복잡하게 엮인 탓에 단순한 국지전과는 달리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hyunmin623@yna.co.kr,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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