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중동평화 거대비전' 2국가 해법, 이스라엘에 가로막혀

입력 2024-01-12 13:38   수정 2024-01-12 17:18

블링컨 '중동평화 거대비전' 2국가 해법, 이스라엘에 가로막혀
극우에 휘둘리는 네타냐후 정권, 미국 요구 줄줄이 거부
야심찬 중동 10개국 마라톤 순방,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동 '마라톤 순방'을 통해 중동평화 구상을 진전시키려 애썼지만, 이스라엘이라는 벽에 부딪혀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 이번 전쟁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해야 한다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동 순방을 마치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귀국하기에 앞서 2국가 해법 등 전후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 중동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지지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어느 것도 하룻밤 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진도를 나가는 데 필요한 일을 하려는 각국의 의사가 강해졌다"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로 가는 길이 곧 이스라엘의 통합·안보라고 강조하고 이스라엘 측도 결국 태도를 바꿔 더 큰 그림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일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그리스·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찾은 뒤 바레인·이집트에 들러 10개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는 이번 전쟁이 작년 10월 발발한 이후 블링컨 장관의 4번째 중동 지역 방문이자 개전 며칠 뒤 이스라엘을 긴급 방문한 이후 가장 야심적인 순방이었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는 이번 순방에서 각국 정상들과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야말로 정치적 해법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특히 지난 8일 블링컨 장관을 만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수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블링컨 장관은 전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인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장기적 목표와 발을 맞추려는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전쟁 강도를 낮추고 이스라엘이 거둔 PA 몫의 세수를 PA에 전달할 것 등의 요구를 제시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은 피란민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블링컨 장관의 요청도 거부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블링컨 장관과 회담에서 가자지구 북부에서 전술만 바꿨을 뿐 군사작전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네타냐후 정부는 미국과 아랍 각국의 요구인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집권 리쿠드당의 중진인 대니 다논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오늘날 아무도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현 시점에 안정과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의 제안도 이스라엘에 전달했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었고,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의 역제안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국무부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나오는 주요 배경으로는 몇몇 극우 장관들이 이탈하면 정권이 무너지는 네타냐후 연정의 취약한 상황이 지목된다.
극우 장관들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연정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네타냐후 대통령은 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타마르 라비노비치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NYT에 "네타냐후 정부는 완전히 마비 상태"라며 "극우 장관들은 전쟁의 마무리·종전 이후 처리와 관련해서 미국이 보기에 핵심적인 사항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park@yna.co.kr
"의도된 집단학살" "뒤죽박죽 세상"…'이 제노사이드 재판' 개시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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