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융에 발목 잡힌 K-방산…"국회, 수은법 개정안 처리 시급"

입력 2024-01-14 08:28  

수출금융에 발목 잡힌 K-방산…"국회, 수은법 개정안 처리 시급"
폴란드 방산 '잭폿'에도 수출금융한도 꽉 차…후속계약 차질 우려
오는 6월 금융계약 '데드라인' 앞둔 업체도…"법 처리로 수출길 터줘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폴란드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한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이 국회에서의 입법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방산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폴란드와의 추가 무기 계약을 앞두고 정책금융 한도가 모자라자 한도 증액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이 개정안은 6개월 넘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금융계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업도 있어 '자칫 입법 미비로 계약이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국익 차원에서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다 잡은 물고기 놓칠라…" 수은법 개정안 6개월 넘게 국회 계류
14일 방산업계와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바로 다음 달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획에 서명했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1차 계약 체결 뒤 방산업계는 1년 안에 2차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수출금융 지원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통상 인프라, 방산 등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짙고 수출 규모가 커서 수출국에서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인데, 당시 폴란드에 대한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정책금융 한도가 거의 다 찼다.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수은이 폴란드에 지원 가능한 수출 금융액은 7조원대였는데, 폴란드와 추가 계약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1차 계약 체결 이후 잔여 계약 물량은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820대로 1차 계약 물량의 4.5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460문으로 1차 물량의 2배 이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작년 말 K-9 자주포 152문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잔여 물량을 312문 규모로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계약의 절반에 해당하는 K-9 물량을 추가 계약을 통해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 체결은 수출금융 지원 확대를 위한 수은법 개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추진됐다.
다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이미 한도가 꽉 찬 수은을 통한 수출금융 지원은 어려워졌고, 결국 정부와 시중은행들이 나서서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신디케이티드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차관단(신디케이트)을 구성해 공통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일종의 집단 대출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에는 '2024년 6월까지 금융계약을 체결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고금리 등의 이유로 아직 금융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측은 여전히 금리·보증에서 유리한 한국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총선 결과 정권교체가 진행 중인 폴란드의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금융계약 체결이 미뤄질 경우 2차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방산업계는 정부와 은행권의 노력으로 신디케이트론이 제공됐지만, 이는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수은법 개정을 통한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 한도 상향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여야, 법 개정엔 '공감대'…전문가 "21대 국회 명예 걸고 수출 길 터주길"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2건의 수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현재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하는 것이 골자다. 작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은 법정자본금을 3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모두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30조∼35조원으로 늘려 대규모 수출을 지원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기재위 검토보고서에는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오르는 방위산업의 경우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특성상 민간금융에 더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사업,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등 초대형 인프라 사업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 수주 성사를 위한 수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아울러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등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첨단전략산업 부문에서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금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은의 안정적 자금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런 공감대 속에 작년 11월 기재위 소관 경제재정소위에 수은법 개정안이 올랐으나, 당시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로 공방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수은법 개정안이 폐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폴란드와의 잔여 계약은 단순 수출뿐 아니라 기술이전과 현지화 등 프로젝트가 함께 논의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추가 계약 규모를 4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후속 유지, 보수, 정비, 개조 등 MRO 비용까지 합하면 총 10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4·10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1∼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며 "국회가 국익 차원에서 개정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폴란드에서 대규모 방산 수주로 K-방산은 전 세계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며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견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21대 국회가 명예를 걸고 대규모 수출의 길을 활짝 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아울러 "현재 중동과 이집트 등으로 확산되는 K-방산에 대한 관심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이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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