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축복'에 입 연 교황…"오해에 따른 속단"(종합)

입력 2024-01-15 20:34  

'동성 커플 축복'에 입 연 교황…"오해에 따른 속단"(종합)
'첫 남미 출신' 교황 "하반기에 고국 아르헨 방문하고 싶어"
조기 사임설 반박…"현재로서는 내 생각의 중심에 없어"


(서울·바티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신창용 특파원 = 교황청이 지난달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인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취지를 오해한 사람들이 성급히 결론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방영된 이탈리아 채널9 TV 토크쇼 '케 템포 케 파'(Che Tempo Che Fa·날씨는 어떤가요)에서 논란이 된 교리 선언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교황이 동성 커플 축복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부분 이해를 받지 못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것은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저항하면서 추한 결론을 속단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축복에 대한 최근의 결정과 관련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월 18일 교황의 승인을 받은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선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동성 커플을 배제하는 가톨릭 전통과는 다른 획기적 결정으로 해석됐다.
이 결정은 동성애를 금기시하거나 처벌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샀다. 이에 반대하는 주교들은 관내 사제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교리 선언 이후 축복이 동성애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성 커플의 혼인성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교회는 동성애는 죄악이고 무질서한 것이며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자제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교황은 이날 발언에서 이를 암시하는 듯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은 모든 이를 축복한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신의 축복 속에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신이 제시하는 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교회)는 그들의 손을 잡고 그 길로 인도해야 하며 처음부터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를 좀 더 환영하게 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또 1시간가량의 이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에 고국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첫 남미 출신 교황인 그는 2013년 즉위 이후 한 번도 고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교황은 "지금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올해 하반기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 그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빈곤율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 뉴스는 교황이 올해 8월 폴리네시아를 방문한 뒤 연말에 고국 아르헨티나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과 6월 폐 감염과 탈장으로 연이어 병원 신세를 졌고 11월에는 독감 증세로 주일 삼종기도를 화상으로 주례했다. 건강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임설이 함께 제기됐다.
올해 87세인 교황은 "자진 사임은 모든 교황에게 열린 가능성이지만 현재로서는 내 생각과 관심사, 감정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조기 사임설에 선을 그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평화를 거듭 촉구했다.
교황은 "전쟁이 격화하고 세계가 호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두렵다"며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가 있는 지금,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요? 노아의 방주처럼? 나는 오늘날 인류가 가진 자멸의 능력이 두렵다"고 말했다.
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2월 '케 템포 케 파'에 TV 토크쇼로는 처음 출연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cherora@yna.co.kr,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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