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IT 폐기물에 새생명 주는 곳…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

입력 2024-01-16 11:00  

[르포] IT 폐기물에 새생명 주는 곳…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
23개국에 거점 둔 리사이클링 전문기업…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인수
IT자산 재사용·재활용 지원…AI 관련 산업 성장에 처리수요 급증 전망
폐배터리 리사이클 전초기지로도 검토…네바다 주지사도 관심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난 11일(현지시간) SK에코플랜트의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테스(TES)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장.
휴대전화 등 금속물 반입이 일절 금지되는 엄격한 보안 절차를 거쳐 내부로 들어서자 PC, 노트북, 하드디스크, 서버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기술(IT) 기기들이 보였다.
사용 연한이 만료된 기기들은 이 공장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었다.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서는 기기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완벽하게 삭제하는 절차를 거쳐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도록 지원해 폐기물을 줄이고 순환경제에 동참하는 IT 자산 처분서비스(ITAD)를 담당하고 있다.



ITAD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투명성과 정보보안 역량이다.
IT 기기에는 개인정보를 비롯한 중요 데이터가 대량 저장된 경우가 많아 작업 과정에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 작업을 의뢰한 고객들도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넓이 약 3천700㎡(약 1천120평)인 공장 한쪽에서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각 기기의 데이터 파기 작업 진행률이 그래프와 숫자로 실시간 표시됐다. '데이터 살균'(data sanitization)이라고도 불리는 이 과정은 테스 공장이 수거한 기기를 재활용·재사용 처리하기에 앞서 반드시 거치는 작업이다.
높이가 꽤 높은 공장 천장에는 일정 간격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작업과 인력 출입 상황을 물 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작업 시작 시점에는 각각의 기기에 바코드를 붙인다. 고객이 원하면 공장에서 진행된 IT 자산 처리 과정 전반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ITAD는 개인정보와 브랜드 보호가 엄격히 요구되는 영역으로, 국가별 규제환경도 다양해 이에 대응하는 역량이 필수다. 테스는 폐기물 관련 규제에 대응하고자 다수의 인허가를 확보하고 철저한 정보보안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분석기업 가트너로부터 포괄적 ITA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3대 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용 연한이 지났지만 재사용이 가능한 수준의 기기들은 보수작업을 거쳐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으로 다시 유통된다. 공장 내 한쪽에서는 실제로 이런 작업을 완료하고 재판매될 예정인 리퍼비시 제품들이 박스에 포장된 상태로 출고를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른 쪽에서는 기계음과 함께 뭔가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날카로운 소음이 들렸다.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기기를 전용 장비에 넣어 파쇄하는 구역이다. 작업 후 발생한 잔해는 테스의 다른 공장으로 보내 플라스틱, 철, 알루미늄 등 종류별로 추출해 재활용한다.
현장에서 만난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ITAD에는 정보 파기뿐 아니라 이후 IT 자산의 재활용, 재사용 등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IT 자산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다시 쓰이게 하는 것이 ITAD의 최종 목적"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스는 지난 2022년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됐다.
폐기물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경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SK에코플랜트는 관련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보한 테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결정했다. 테스는 현재 23개국에 46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테스의 4번째 미국 거점인 라스베이거스 공장은 데이터 서버를 중심으로 한 IT 자산 처분을 담당한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하이퍼스케일(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ITAD가 필요한 서버 등 전산장비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500억달러(약 60조원) 수준이었던 전기·전자폐기물(e-waste) 산업 규모는 2028년 1천440억달러(약 17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테스는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IT 장비를 처리하는 대형 ITAD 시설을 올해 1분기 중 버지니아주에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래트는 향후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ITAD뿐 아니라 북미 서부지역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가 미국 서남부 지역 물류 거점이면서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요충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바다주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채굴이 가능한 북미 유일 광산 소재지로, 파나소닉과 테슬라,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 등이 이곳에서 생산공장 구축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조 롬바르도 네바다 주지사도 최근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직접 방문해 큰 관심을 보이며 협력을 논의했다.



오종훈 SK에코플랜트 CSO는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지로도 네바다주의 잠재력이 크다"며 "수거부터 리사이클링, 희소금속 추출, 재생산까지 현재 네바다주에서 테스가 확보한 공급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테스는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거래를 방지하는 바젤협약 관련 인허가 30여개도 보유해 각국에서 모은 폐배터리를 재활용 시설로 운송할 수 있는 자격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용매 추출 방식으로 니켈·코발트 회수율 97%, 순도 99.9%를 달성하는 등 기술력도 갖춘 상태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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