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판 끝나고 뉴햄프셔 '직행' 트럼프 "헤일리, 민주당 갈수도"

입력 2024-01-18 15:14  

[르포] 재판 끝나고 뉴햄프셔 '직행' 트럼프 "헤일리, 민주당 갈수도"
전날 이어 헤일리 정체성 공세하며 견제…동률 여론조사 나오자 비판 수위 강화
영하 12도 강추위에도 트럼프 지지자들 4시간 밖에서 장사진…장소좁아 절반은 입장못해
트럼프 지지자들, '경제' 한목소리…헤일리는 "70세이상 정신감정" 연일 세대교체 역설


(포츠머스[美뉴햄프셔주]=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아이오와에서 헤일리에 투표한 사람의 거의 50%는 11월 대선 때 조 바이든에게 투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것은 그가 민주당원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일리는 어쩌면 민주당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시에서 진행된 명예훼손 혐의 민사 재판이 민사 재판이 끝나자마자 곧장 뉴햄프셔주 동부의 포츠머스로 이동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밤 9시에 이 곳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I'm proud to be an American)'이라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바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당 정체성 공세에 들어갔다.
전날 앳킨슨에 이어 포츠머스의 쉐라톤 하버사이트 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유세에서다.
미국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23일)는 아이오와에 이어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특히 이 곳은 아이오와에서 3위에 그친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가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을 내기 위해 반드시 뒤집어야 하는 승부처로, 트럼프 대통령은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대적 견제에 나선 모습이었다.
실제 이날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률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애초 시작 시각인 오후 7시보다 2시간이나 늦게 무대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장을 메운 수백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급진 좌파 민주당은 트럼프보다 헤일리가 더 이기기 쉽기 때문에 헤일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트럼프와 싸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헤일리에게 투표하게 하기 위해 자기네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 헤일리와 싸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전날 "헤일리가 (뉴햄프셔에서) 이기면, 바이든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발언의 연장선 상으로, 그 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무소속 유권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중도 표심을 발판으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자 비판 강도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 지원유세에 나선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에 대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가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무당층이 참여하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한 뒤 스누누 주지사의 부친 존 스누누 전 뉴햄프셔 주지사까지 거론하며 "(스누누 주지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들이 이렇게 하는 것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에 이어 스누누 주지사까지 공격에 나선 것은 스누누 주지사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 것이 헤일리 전 대사의 뉴햄프셔주 지지율 상승 배경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다른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 불쑥 '드롭(drop·하차)'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지지자들이 놀라면서 크게 환호하자 다시 "내가 드롭했다고 한 것은 (대선 경선이 아니라) 네바다주 경선"이라면서도 "어차피 4일 빨리 말한 거니 (추가 설명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둘 것을 그랬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16분까지 모두 80분 가까운 연설 동안 경제, 안보, 외교, 이민, 남부 국경 등의 문제를 오가면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이라면서 비판했다.
특히 그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 "내가 이기지 못하면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이 벌어질 것", "바이든 인플레이션은 재앙" 등의 발언을 하는 동시에 ▲ 감세 항구화 ▲ 전미 최고의 뉴햄프셔주 난방비 해결 ▲ 조업 선박의 옵서버 비용 철폐 등 지역 이슈도 세부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 때는 모든 사람이 지금보다 나았다"라면서 "여러분과 함께 미국을 더 부유하게, 강하게, 안전하게,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체감 온도가 섭씨 영하 11∼12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2시 이전부터 유세장에 들어가기 위해 4시간 넘게 호텔 밖에서 줄을 선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각 도착으로 행사장 내에서의 대기 시간(3시간)을 포함하면 최장 7시간 기다린 셈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 정부 때 경제가 최고였다"라며 성과를 거론할 때마다 지친 기색 없이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비판할 때는 '우'하는 소리로 야유하면서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만 편 채 밑으로 내리는 동작을 보이기도 했다.

유세 시작 전에 만난 40대 여성 제니퍼씨는 "휘발유 가격이 최근 내려가긴 했지만, 트럼프 때만큼 싸지가 않다"라면서 "집값도 예전에 비해 너무 올랐다"라고 말했다.
호텔 입구에서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던 조그 드뢰시케(75·남)씨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 첫 대답이 경제에 대한 것이었다. 어렸을 때 동독에서 이민와 현재 뉴햄프셔주 펠헴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상점에 갈 때마다 빈 선반을 보는데 그때마다 동독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78ℓ) 당 4달러 하는데 이건 완전 헛소리"라면서 "나는 미국인이 되기 위해 미국에 왔으며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추위 속에서 주차 지원을 하면서 연신 콧물을 닦는 드뢰시케씨가 '동독'을 언급한 것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당일 하루만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자 문맥을 보라고 한 뒤 "언론이 숙제를 안 한다"고 면박을 줬다.
그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상승한 배경을 묻는 말에도 "민주당 당원들이 지지해서 그런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100% 같은 답변을 내놨다.
드뢰시케씨는 1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할 때마다 정색하면서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1967~68년 비무장지대(DMZ)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91건의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된 것에 대한 지지자들의 답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복붙(복사해서 그대로 붙이는 것)'한 수준이었다.
데니스 조이스(63·남)씨는 사법 당국에 대해 "부패하고 사악하다"고 비판한 뒤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겠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유세에서 자신의 기소에 대해 "민주당원,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들이 나를 기소하는 것을 나는 명예의 배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행사장에는 2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이 호텔 밖 도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행사장이 작아 이날 오후 6시 쯤 행사장이 가득 찼고 절반가량의 지지자들은 발길을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사에 맞서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로체스터에서 유세를 하며 득표전을 벌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은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의회가 이 나라에서 가장 특권적인 요양원이 됐다",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와 바이든간 재대결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면서 세대 교체론으로 중도 표심을 파고들었다.
그는 동시에 트럼프 캠프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소비세 찬성 및 노령연금 수령 연령 상향 발언 등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2%포인트밖에 못 이기는데 이것은 오차범위"라고 재차 언급하면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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