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韓항공사 합병 '조건부 승인' 가능성…'항공빅딜' 속도내나

입력 2024-01-21 06:31  

EU 韓항공사 합병 '조건부 승인' 가능성…'항공빅딜' 속도내나
내달부터 유럽 여객노선 일부 이관·화물사업 매각 본격화될듯
여객노선은 티웨이항공 이전 유력·화물사업 인수 후보군엔 국내 LCC 4곳 등
EU 넘으면 미국·일본 심사…"무난하게 통과" vs "쉽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는 EU 집행위원회(EC)가 내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건부 승인이 현실화되면 대한항공은 EC가 최종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는 올해 말 이전에 유럽 노선 여객·화물 시장의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거대 항공사의 탄생과 맞물려 항공사들의 사업 조정 등 '항공 빅딜'이 예상된다.



◇ EC, 조만간 심사 마무리…LCC, 물밑 경쟁 예고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내달 14일 이전에 발표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EC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시정조치안'을 낸 만큼 EC가 조건부로 승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C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대형항공사(FSC)의 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동시에 대한항공이 약속한 여객 운수권 일부와 화물 사업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여기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유럽 여객 사업과 화물 사업을 넘겨받을 경우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권을 둘러싼 LCC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티웨이항공, 본격 '유럽 취항' 기회 얻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승인되면 두 항공사가 중복 취항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유럽 여객 노선의 운수권 일부와 슬롯이 나오게 된다.
이 노선을 이관받을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EC는 티웨이항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유럽 노선 취항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본격적인 유럽 취항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오는 6월 크로아티아 노선 취항 계획을 밝히는 등 '장거리 운항에 성공한 LCC'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지난 4일부터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할 두 자릿수의 지상직 직원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EC의 조건부 승인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만약 티웨이항공이 낙점된다면 국토교통부에 해당 노선 운수권의 반납에 이은 재배분 절차가 진행된다. 이때는 합병 이전인 만큼 대한항공의 운수권이 넘겨진다.
슬롯 이전은 항공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의 안정적인 유럽 여객 시장 진입을 위해 일부 항공기와 운용 인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에어버스 330-300기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항공기로 서유럽까지 다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화물사업 인수 후보군, 매각 주관사 접촉…FI 확보도 분주
기업결합 승인의 또 다른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이 제시됐다.
이를 인수할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LCC가 아닌 국내 물류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수를 희망하는 LCC들은 최근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와 접촉해 원매자 현황 및 본입찰 참여 요건 등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인수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하며 자금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예상가를 5천억∼7천억원 사이로 본다.
대한항공 측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주요 후보들과 접촉하며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설명서(IM) 배포와 입찰 절차는 내달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고용 승계·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미국·일본 문턱 넘어야 기업결합 최종 성공
EU의 승인을 받는다면 기업결합까지는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허가만 남게 된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11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두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를 두고 '수월할 것'과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우선 여객·화물 독점 우려 완화 조치를 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역시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부분 노선은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자유화 노선이어서 LCC를 비롯한 신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미국이 EU 못지않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미국 노선을 공동 운항 중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노선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양사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대한항공이 미국과 일본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을 경쟁사에 추가로 넘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결합을 위한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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