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동생 구할 때까지" 英 탈북 자매, 中·北 대사관 시위

입력 2024-01-24 01:16   수정 2024-01-25 14:04

"북송 동생 구할 때까지" 英 탈북 자매, 中·北 대사관 시위
탈북민 김유빈·규리씨 자매, 주영 중국·북한 대사관서 피켓 들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북송된 막내를 구할 때까지 계속 대사관 앞에 와서 시위할 겁니다"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매가 강제 북송된 동생을 구하기 위해 23일(현지시간) 런던의 중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유빈·규리씨 자매 등 5명은 이날 오전 런던 시내 주영 중국 대사관 앞에서 '내 동생을 구해내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달라',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라고 영어와 중국어로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빗속에서 10여분간 시위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와 약 300명의 서명을 중국 대사관측에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대사관에서는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이어 이들은 차로 약 30분 떨어진 주영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해서 다시 피켓을 들었다.
동생을 포함해 북송된 탈북민을 돌려보내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벨을 누르자 철문이 잠깐 움직이는 듯했으나 굳게 단힌 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이들은 대사관 앞 우편함에 봉투를 넣고 돌아섰다.
규리씨 자매는 막냇동생 철옥 씨가 지난해 10월 북송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철옥씨는 1998년 탈북한 뒤 브로커에게 속아 나이 많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16세에 딸을 낳았다. 이후 언니들과 서로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그는 작년 4월 영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와 함께 길을 나섰다가 출발 2시간 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철옥씨의 어린 딸은 중국에 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나선 규리씨 자매는 지난해 말부터 영국 하원과 뉴욕 유엔본부를 찾아가 동생의 사연을 알렸고, 최근엔 런던 거리에서 두 차례 지지 서명을 받았다.
규리씨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직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맞춰서 시위 일정을 잡았다.
한국 정부는 이날 중국에 대해 "탈북민 등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규리씨는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면서 혹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염려돼서 인원을 소규모로 꾸리고 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 말도 잊은 상태로 100일 넘게 북한에 잡혀있는 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규리씨는 "각자 생업이 있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지만 동생을 구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엔 언니와 둘이 또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나줄 때까지 찾아오려고 한다"며 "그들의 '낯짝'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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