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대만이 국가 표시됐단 이유로…中입국 한국인 한때 억류

입력 2024-01-25 11:16  

지도에 대만이 국가 표시됐단 이유로…中입국 한국인 한때 억류
선양공항 세관, 다이어리 안에 부착된 지도 문제 삼아…뜯어낸 뒤 "귀국 때 찾아가라"
주선양 한국총영사관 "세관 당국 조치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 강력 요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지난 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정모(72)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도 때문에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은 것이었다.
세관원들은 정씨의 트렁크를 열라고 요구한 뒤 다이어리를 꺼내 뒤적거리더니 부착돼 있던 지도를 문제 삼았다.
이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전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것이었다.
가로 30㎝, 세로 20㎝의 작은 크기라 육안으로는 잘 구별도 안 되는 이 지도에는 대만을 굵은 글씨체로 '타이완'으로 표기했고, 제1 도시 타이베이는 붉은색 글씨로 표기돼 있었다.
세관원들은 "타이완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타이베이는 다른 국가들의 수도와 동일하게 표기했다"며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오인할 수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해봐야겠다"며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정씨를 억류했다.
세관원들은 또 이 지도상에 시짱(西藏·티베트) 일대 국경 표시도 모호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가 "다이어리에 부착된 지도를 어쩌란 말이냐"며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세관원들은 막무가내였다.
화가 난 정씨가 거세게 항의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로 연락하자 세관원들은 한 시간여가 지난 뒤 정씨를 풀어줬다.
이들은 다이어리에서 해당 지도를 뜯어낸 뒤 물품 보관증을 써주며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말했다.
정씨는 "30년가량 중국에 오가며 사업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해당 물품만 압류하면 되지 붙잡아둬야 하느냐"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항의라도 했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두렵겠느냐"며 "누가 중국에 오고 싶어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대만을 수복해야 할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된 지도의 유통이나 통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지도를 문제 삼아 입국 외국인을 억류까지 시킨 건 이례적이고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경위를 파악 중이며, 정씨에 대한 세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입국 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지도를 휴대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3년간 엄격한 방역 통제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시행한 중국은 작년 1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국경 봉쇄를 해제했지만, 서방과의 갈등 고조,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중국 여행사들이 담당한 외국인 관광객은 47만800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5.5%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은 외국인 유치를 위해 작년 12월 6개국에 대해 비자 면제 혜택을 줬고, 태국과 싱가포르, 스위스에 대해서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또 미국인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한국 등 12개 국가에 대한 비자 수수료 25% 감면, 외국인 도착비자(口岸簽證·port visa) 발급 조건 완화에도 나섰다.
그러나 정씨가 겪은 일들이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계속 일어난다면 아무리 우호적인 조치를 내놔도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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