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공급망 리스크 여전…기업들, 올해 투자 보수적으로

입력 2024-01-28 06:02  

고금리에 공급망 리스크 여전…기업들, 올해 투자 보수적으로
SK하이닉스 "설비투자 증가분 최소화…TSV 공정은 2배 확대"
LG엔솔 "투자 기조 유지하되 속도 조절"…LGD, 설비투자 2조원대로 낮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대신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대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공급망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 탓에 무작정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한파를 겪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2022년 4분기부터 1년간 1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3천460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내며 다른 메모리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투자 증가분은 최소화하며 수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내실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례 없는 다운턴(하강국면)으로 축소됐던 설비투자(캐펙스·CAPEX)는 지난해 대비 증가가 예상되나, 철저하게 고객 수요와 수익성에 기반한 투자 집행과 투자 효율성 강화를 위해 증가분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등 고성능 D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고성능 D램 생산에 필수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생산능력(캐파)을 2배 확대하는 등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에만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도 내실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10조9천억원)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이후 운영될 신규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는 26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투자 기조는 당연히 유지해 나가되, 일부 속도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 있으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투자 집행을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이 20% 중반 수준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제품 역량을 높이는 등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설비투자로 전년보다 1조6천억원이 줄어든 3조6천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는 설비투자 규모를 아예 2조원대로 낮춰 잡았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올해도 재무안정성 강화라는 기조 아래 필수 경상 투자 및 고객들과 협의된 프로젝트 중심으로만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천156곳을 상대로 조사한 '2024 경영·경제전망'에서도 드러난다.
기업의 과반(55.5%)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안정'을 택하며 경기 회복세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장'을 택한 기업은 35.0%였다.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내년부터'라는 응답이 40.1%로 가장 많았다. '올해 하반기'는 34.2%였고, 2026년 이후를 꼽은 기업도 16.9%나 됐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지난해 기업 대출금리가 5%대를 돌파한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며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등 그나마 호조가 예상되는 산업은 공급망 이슈 등 리스크 요인이 남아있고,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산업은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금리와 대외 리스크가 맞물린 상황에서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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