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 벤처캐피털…실리콘밸리 투자유보금 400조원 넘어

입력 2024-01-31 11:19  

신중해진 벤처캐피털…실리콘밸리 투자유보금 400조원 넘어
코로나19 시기 조달 580조원 중 절반만 투자…'드라이 파우더' 쌓여
VC 업계, 기투자 기업 지원 강화 방식 선호…투자금 반환 압박 직면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에 신중해지면서 투자 유보금 규모가 3천110억 달러(약 41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VC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호황기에 투자자들로부터 모두 4천350억 달러(약 580조 원)를 조달했으나 실제로 투자한 규모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벤처캐피털들이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하락으로 투자에 신중해지는 가운데 기존 테크(기술) 기업이나 이미 투자했던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호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자금)가 쌓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동생인 조시 쿠슈너의 스라이브 캐피털은 지난해 이미 투자했던 핀테크 그룹 스트라이프에 18억 달러(약 2조4천억 원)를 투자하고, 챗GPT 개발사 오픈AI 직원들의 주식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2천760억 달러(약 368조 원)를 운용하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투자회사의 계열사인 무바달라 캐피털의 벤처 담당 책임자인 이브라힘 아자미는 "'드라이 파우더'는 존재하지만 전 세계가 다시 벤처 자금으로 넘쳐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초저금리 시대에 발생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많은 '드라이 파우더'가 사용될 것이라면서 이는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의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VC들이 기관투자자나 재단, 연기금 등 투자자(LP)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벤처펀드가 스타트업이 매각되거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투자금 회수(엑시트, exits)를 통해 수익을 얻게 되지만 지난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벤처 업계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2021년의 7분의 1 수준인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반환하는 데 그쳤다고 피치북은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투자자는 "일반적으로 VC에 투자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3년째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수수료가 얼마인지를 묻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들은 통상 투자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세쿼이어캐피털은 지난해부터 일부 펀드의 경우 투자하지 않은 투자금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해주기 시작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엑시트'가 아니어도 기존 자산에서 투자금을 반환하는 방식의 펀드인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s)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자제하면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신생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파산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온라인 이벤트 플랫폼 호핀과 트럭운송 스타트업 콘보이를 포함해 지난해 한 해 스타트업 파산이 두배로 증가했다고 피치북은 전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나이젤 돈 민간 자본 투자자문 글로벌 책임자는 "어떤 면에서 드라이 파우더는 신기루"라며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도 성장만 하면 현금 수도꼭지가 항상 열려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nadoo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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