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 또다시 불꽃 튀나

입력 2024-01-31 21:04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 또다시 불꽃 튀나
코소보, 유일 화폐로 유로 사용 강제…세르비아계 반발
서방 5개국, 제도 중단 촉구에도 코소보 '요지부동'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0여년 전 민족 간 갈등으로 끔찍한 인종 청소가 벌어진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가 최근 다시 가열되고 있다.
코소보의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이 세르비아 화폐인 디나르화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코소보 정부가 디나르화 사용을 금지하기로 해 민족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소보 정부는 2월 1일(현지시간)부터 유로화 사용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코소보 내에서 현금 거래나 디지털 결제는 오로지 유로화만 사용해야 한다.코소보는 2002년부터 유로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나 세르비아계 자치 지역에 속하는 북부에선 여전히 디나르화가 통용된다. 180만명에 이르는 코소보 인구 중 알바니아계가 92%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세르비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지역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계다.
세르비아 정부는 이 지역에 상당한 재정,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며 결속을 강화해왔다. 대다수의 세르비아계 주민은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임금과 연금을 받는다.
세르비아 정부가 이 지역 지원을 위해 책정한 연간 예산은 1억2천만유로(약 1천732억원)에 달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공식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소보 북부 지역의 경제 체제가 디나르화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터라 이번 유로 의무화 조치는 대혼란과 민족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세르비아의 정치 분석가인 보스코 작시치는 31일 "코소보의 세르비아계 주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금전적 결과보다는 외교, 정치적 결과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는 이 정책이 시행되면 유럽연합(EU)의 중재 속에 진행 중인 세르비아-코소보 관계 정상화 협상에서 발을 빼겠다고 경고했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 리스트는 이번 조처가 "세르비아계 주민의 물리적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계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서방 5개국은 이번 정책으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긴장이 더욱 불안정해 질 수 있다며 코소보 정부에 정책 연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28일 주코소보 미국 대사관 명의로 낸 성명에서 "이 제도는 세르비아 정부에서 임금과 재정 지원을 받는 압도적인 대다수의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충분히 긴 전환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 시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코소보 정부는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코소보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공식 통화는 유로화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코소보 정부는 부패, 돈세탁, 위조 화폐 사용과 맞서려면 유로 사용 의무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베스니크 비슬리미 코소보 제1부총리는 "세르비아의 돈이 국경을 넘어 계속 이동하고 있으며 미등록·무허가 사무실을 통해 유통된다"며 "이번 조치는 세르비아에서 넘어오는 규제되지 않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1990년대 후반 불거진 참혹한 내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적대적 관계다.
세르비아의 일부였던 코소보는 1998년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에 저항한 것을 발단으로 알바니아계 주민 1만여 명을 포함해 1만3천여 명의 희생자를 내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의 일부로 간주한다.
나란히 EU 가입을 원하는 이들은 EU의 중재로 2013년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EU 가입의 전제 조건인 상호 화해를 타진해왔으나 해묵은 갈등으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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