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민시위 이끈 전직 럭비선수…"농부들의 죽음 막아야"

입력 2024-02-01 10:59  

프랑스 농민시위 이끈 전직 럭비선수…"농부들의 죽음 막아야"
첫 고속도로 점거 앞장…프랑스 전역 '들불 시위' 시발점 만들어
평생 농사지은 아버지는 처지 비관해 자살…"이제 변화 시작"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프랑스의 한 전직 럭비선수가 현재 수도인 파리까지 번진 농민 시위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에 따르면 럭비선수 출신의 농부 제롬 벨(42)은 지난 달 18일 처음으로 고속도로 트랙터 점거 시위를 시작함으로써 프랑스 각지로 들불처럼 번진 시위를 촉발한 인물이다.
프로 럭비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2015년 평생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자 툴루즈 인근에 있는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았다.
당시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고 있던 벨의 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했지만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10여년간 농장을 운영하며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뼈저리게 느낀 벨은 지난 달 툴루즈 시내에서 농민단체의 주도로 농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트랙터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나 그날 농민단체 지도부와 만난 지역 주지사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자 분노한 벨은 직접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동료들에게 고속도로로 나가자고 외쳤다.
그는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이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고속도로로 가자"고 촉구했다.
그러고선 이틀 뒤인 지난 달 18일부터 트랙터 부대를 이끌고 툴루즈에서 스페인 국경으로 향하는 64번 고속도로에서 점거 시위를 시작했다.

어떠한 단체의 주도 없이 벨과 그의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시위는 전국적으로 큰 공감대를 모았고, 이후 농민 시위는 프랑스 각지로 번졌다.
벨의 시위대는 약 일주일간 이어진 시위에서 저수지 건설 규제 완화와 전염병 감염 농가에 대한 지원 확대, 정부가 추진 중인 트랙터 연료(비도로용 경유) 과세 조치 중단 등을 요구했으며 마침내 지난 달 26일 가브리엘 아탈 총리로부터 이 세 가지에 응하는 약속을 받아냈다.
총리 대책이 나온 이후 벨과 그가 이끌던 시위대는 점거를 끝내고 본업으로 돌아간 상태다.
벨과 함께 점거 시위를 이끈 농부 버트런드 루프는 NYT에 "우리는 모든 과정을 어떤 단체와 함께하지 않고 우리끼리 했다"며 "이것이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한 이유다. 그들은 우리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벨은 이번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농부들의 죽음이 더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FP에 "내 아버지가 머리에 총을 쏜 것은 (농부라는)직업 때문이었다"며 "아버지는 매우 좋은 농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벨은 점거 시위를 벌이는 동안 농민들의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기 위해 하루에 두 차례 고가도로에 농부 차림을 한 마네킹을 매다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고속도로 점거 현장을 찾은 아탈 총리에게 이 마네킹을 가리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벨과 달리 많은 농민은 총리가 내놓은 대책이 문제를 해결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아직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처음 시위대 선두에 섰던 벨이 너무 빨리 물러났다며 정부와 타협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벨은 자신은 프랑스 농업의 '영웅'이 될 생각은 없다면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NYT에 "내 삶은 여기 농장에 있다"며 "우리는 모든 일을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이들이 그 일을 넘겨받았고 앞으로 더 많은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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