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 방향타' 3중전회 미루며 고품질 발전 역설…왜?

입력 2024-02-02 12:05  

시진핑, '경제 방향타' 3중전회 미루며 고품질 발전 역설…왜?
'안정적 경제 성장→고품질 발전' 경제 패러다임 변화 염두 둔듯
대규모 경기부양 거부하며 첨단 미래산업에 방점 두나 '산 넘어 산'
올해도 미·중 관계가 난제…중국 안팎 투자자 '불안한 시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 개최를 미루면서 '고품질 발전'을 연일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3중 전회가 열리지 않아 중국의 올해 경제 방향이 모호해진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중국 당국이 쉽게 와닿지 않는 개념인 고품질 발전 의지를 역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안팎에선 부동산 위기의 주범 격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청산 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주택 시장의 냉기가 여전하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침체) 걱정이 큰 경제 문제를 당국이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이를 두고 중국이 '경제 패러다임 재설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 3중전회 개최 일정 미정…성장률 발표도 미뤄질까
3중전회 개최가 미뤄지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5년 주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해당 기간 중국의 대전략을 짠다면, 그 사이에 7차례 열리는 전체회의 중 3중전회는 신임 지도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1978년 3중 전회에서는 개혁·개방 노선이 발표됐고, 2013년 3중 전회에서는 '개혁·개방의 심화' 정책이 결정됐던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침체 일변도의 중국 경제 회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3중전회가 열리면 이를 극복할 중국 나름의 방침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제20기 3중전회는 관례대로라면 작년 10∼11월에 열렸어야 했지만, 해를 넘겼고 지난달 31일 발표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서도 관련 언급이 빠졌다. 또 미뤄졌다는 얘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매년 3월 개최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전에 3중전회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19기 3중 전회도 시 주석의 3연임을 허용하기 위한 당 헌법 개정에 필요한 시간을 벌고자 (2018년 2월로) 연기된 바 있지만 1978년 이래 정치 사이클에서 이렇게 늦게 (양회 이후) 열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회 직전에 총리가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해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도 올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5.0% 안팎'의 성장률을 제시했던 중국은 이를 겨우 넘긴 5.2%를 달성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 중앙정치국 발표문이 정치적 표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당 중앙위원회의 집중화되고 통일된 영도로 중국의 현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과 고질 발전과 개혁개방을 심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전의 3중전회에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중요 목표로 언급됐던 것과는 달리 3중전회의 핵심인 중앙정치국이 경제를 뒷전에 두는 기색이 역력하다.

◇'묘수없는' 中경제 해법…올해도 미중관계가 '난제'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애가 탄다.
당 중앙정치국의 발표로 볼 때 내달 양회 등에서 중국 당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상황은 심각하다.
우선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3%, 2.7% 떨어졌다. 두 지수가 각각 3개월과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021년 헝다의 디폴트 위기 이후 부동산개발업체 전반에 유동성 부족 사태가 초래돼 주택 가격 폭락과 주택구매 급감 등 부동산 위기가 만연한 상태다. 돈을 댄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 등 금융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중국 GDP의 20%를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돈줄이 마른 중국인들은 지갑을 닫아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동력 배터리·전기자동차·태양광 패널 등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양자컴퓨팅·인공지능(AI)·바이오 등에 바탕을 둔 미래 산업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 시도하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반도체 기술 접근을 원천 차단할 목적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는 탓에 중국이 '변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안팎에서는 디플레를 걱정하는 형국이다.

중국 당국 역시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임)이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방콕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미·중 관계 회복이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이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북한, 남중국해, 미얀마 문제를 포함한 국제 및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해서도 미·중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후보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중 강경 정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묘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미·중 관계가 난제다.

◇ '고품질 발전' 기치 든 시진핑…中 안팎 '불안한 시선'
시 주석이 고품질 발전을 역설하고 나선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부양책을 바탕으로 한 경제 발전 방식이 부동산 위기와 수출 부진, 소비 감소, 치솟는 지방 부채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제는 효율적인 지속 가능한 고품질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공산당 간행물을 분석해 고품질 발전이 ▲ 연구·개발 투자와 노동생산성, 첨단 제조업 기반의 성장 동력 혁신 ▲ 지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조화로운 개발 ▲ 오염 감소와 에너지 절약에 방점을 둔 친환경 에너지 ▲ 대외 무역과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중심의 개혁개방 ▲ 새 일자리 창출과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를 통한 민생 개선 ▲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률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짚었다.
이 통신은 시 주석이 공개된 연설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최소 128차례 고품질 발전을 역설했으며, 이는 2022년의 65차례와 비교할 때 2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도 이를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고품질 발전은 앞으로 중국 경제와 정치의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경제발전의 기조가 안정적 경제 성장에서 고품질 발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우선 중국의 3중전회 개최 연기와 고품질 발전 강조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통신은 중국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비가 극도로 위축해 '일본식 장기 불황'은 물론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고품질 발전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무역 분쟁이 고조돼 중국 비관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홍콩 주식의 시장 가치가 2021년 정점 이후 6조달러(약 8천조원)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도 자금의 탈(脫)중국으로 비친 중국 비관론에 다름 아니다.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의 애덤 더넷 사무총장은 SCMP에 고품질 발전과 관련해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엇갈린 메시지로 혼란스럽다"며 "이는 불확실성을 키울뿐더러 신뢰를 더 약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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