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밸류업'에 유통기업들 주가 들썩…주주환원 정책 강화하나

입력 2024-02-04 06:11   수정 2024-02-04 08:53

정부 '밸류업'에 유통기업들 주가 들썩…주주환원 정책 강화하나
유통주 PBR 0.2∼0.4배…"정부안 주시, 기업가치 제고방안 검토"
"근본 해결책은 수익성 개선…유통규제 완화는 긍정적 신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유통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쇼핑[023530]과 이마트[139480], 신세계백화점[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등은 대형 유통기업들은 이달 중 나올 정부 발표를 예의주시하며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도 발 빠르게 반응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을 둘러싼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우상향을 위해 본업 실적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4분의 1토막 난 유통주 주가…"성장 모멘텀 없어 우하향 곡선"
4일 유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4배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일 기준 이마트 0.21배, 롯데쇼핑 0.25배, 현대백화점 0.28배, 신세계백화점 0.43배 등으로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있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인 것은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로 유통기업의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이들 오프라인 유통기업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마트만 해도 2011년 6월 신세계에서 분할 상장한 이후 그해 9월 33만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최근에는 7만∼8만원선을 오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7년 롯데지주 출범에 따른 분할합병 이후 주가만 봐도 2018년 4월 26만7천원선까지 뛰었으나 현재는 7만∼8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창때와 비교하면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주가가 이처럼 곤두박질친 것은 정부의 잇따른 유통규제와 온라인 공세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결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주가도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 유통기업들,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정책 강화할까
대표 저평가주로 꼽히는 유통 기업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시행 ▲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정부 계획은 유통 기업들이 꾸준히 보여온 배당 성향 확대 등의 운영 방향과 결이 같다.
유통업계에선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주가 제고 방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거론된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9월 김상현 부회장이 직접 '최고경영자 기업 설명회의 날'(CEO IR DAY)을 통해 점진적인 배당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30일 애널리스트(연구원) 20여명을 대상으로 현장 IR도 진행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는 2022년 1천215억원 상당의 자사주 100만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2월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배당 수준을 3년마다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3년간 주주환원 재원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0∼15%로 늘리고 배당금이 주당 3천500원을 밑돌아도 최저 3천5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13개 상장사 재무 담당 임원들로 '그룹 가치 제고위원회'를 신설하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난해 12월 발행주식 총수의 4%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했고, 계열사 한섬[020000]이 이달 말 총 발행 주식의 5% 수준을 소각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유통 기업의 이런 주주환원 정책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얼마나 더 강화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 곧바로 반응한 주가…근본 해결책은 결국 본업 경쟁력
이들 유통 기업 주가 역시 곧바로 반응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8만7천400원으로 이틀새 12.3% 뛰었다. 롯데쇼핑 주가는 닷새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달 26일 7만3천100원에서 지난 2일 8만6천200원까지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주가는 최근 사흘째 올랐고 현대백화점 주가도 7거래일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정부 정책과 함께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주주환원 확대 등의 방안은 일시적인 주가 부양책에 그치고 근본적으로는 본업 경쟁력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PBR주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ROE 개선의 첫걸음은 역시 본업의 수익성 개선이다"고 진단했다.
배당을 늘리려고 해도 결국 이익이 늘어야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유통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변경되면 단일점포 매출액은 기존 대비 4%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른 이익 증분 효과는 이마트는 약 700억원, 롯데쇼핑은 400억원 수준으로 각각 추정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기업은 기본적으로 자산으로 분류되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아 PBR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그렇다고 매장을 모두 유동화할 수는 없으므로 근본적으로 PBR을 높이려면 매장에서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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