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강진 1년] "컨테이너집 지어준 한국인들에 축복을"

입력 2024-02-04 06:31  

[튀르키예강진 1년] "컨테이너집 지어준 한국인들에 축복을"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지역 '한국마을'서 임시 터전
시간 지나며 지원 끊기고 주민들 생활고…"지속적 관심 절실"


(하타이[튀르키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신이 한국인을 축복하길 바랍니다. 그들은 도움을 아끼질 않습니다."
1년 전 규모 7.8의 강진이 할퀸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州) 이스켄데룬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거주촌에 산다.
비록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이지만 한순간에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이곳에서 만난 메흐메트 프라트(56) 씨는 "여기 이스켄데룬 부근에만 컨테이너 마을이 16곳 정도라고 들었는데 다들 이곳이 최고라고 한다"고 말했다.
프라트 씨가 사는 곳의 이름은 '한국마을'이다.
한국 정부와 기관의 지원으로 작년 6월 문을 연 이곳에는 562동의 거주용 컨테이너가 마련돼 있다.
그가 사는 컨테이너 번호는 334번. '호주 한인 총연합회'라는 팻말도 보였다.
다른 컨테이너도 대문마다 마을 조성에 힘을 보탠 종교단체와 비정구기구(NGO)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프라트 씨는 이곳에서 두 딸을 혼자 힘으로 키우고 있다.

실내는 비좁은 편이었지만 부근에서 본 임시 텐트, 벽면에 금이 간 아파트, 폐차 수천 대가 뒤엉켜 있는 공터 등을 떠올려보면 이 컨테이너 안은 안락했다.
한국 대기업이 제공한 에어컨과 냉장고 등 필수 가전제품도 구비됐다. 화재 위험으로 난방기구는 없다고 했다. 실제 전날 밤에도 근처 컨테이너가 불이 나기도 했다.
들어가자마자 만난 첫째 니사누르(11)는 인터넷 검색으로 배운 표현이라며 한국어로 "잘 먹겠습니다"라고 목청 높여 말했다. 한국 자원봉사자들이 식품을 모자람 없이 나눠준다고 프라트 씨가 설명했다.
둘째인 메르베(8)는 "아빠가 사준 선물이에요, 아빠는 우리를 사랑해요"라며 새장 안에서 앵무새를 꺼내 자랑했다.

며칠 뒤 개학이 기대된다는 니사누르를 바라보는 프라트 씨의 마음은 복잡하다. 강진의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터라 딸의 학비가 걱정이다.
프라트 씨는 "지진이 난 지 1년이 지났는데 찾아와서 우리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며 "신이 형제인 당신도 보호해 주길 바란다"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컨테이너 촌 중심에는 세워진 마을회관과 문화센터가 있다. 나무 창살과 기와지붕 모양으로 한국식을 가미했다.
이곳에서는 작년 8월 14일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이 한국 전통 공연과 영화 상영회가 열렸는데 주민들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옆 골목에서는 메프퀴레 귄도안(65) 씨가 이웃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국마을 300호에 산다는 그는 1년 전 지진이 난 날 새벽에 다친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아 밤마다 쑤시고 아직도 약을 먹고 있다. 걷는 게 불편해 보행보조기도 쓰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모든 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텔레비전이 없어 심심하다는 농담 섞인 푸념도 덧붙였다.
이 한국마을은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초대 한인회장을 지낸 교민 송창섭(71)씨가 관리하고 있다.

30년간의 타지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지진이 발생했고, 딱 2년만 현지에서 봉사하자는 마음에 컨테이너촌 사업에 앞장섰다고 한다.
송씨는 "초기 입주할 때는 고맙다고 인사 하던 사람들도 1년이 지나니 아무래도 불평이 늘고 있다"면서도 "졸지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진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사람 먹을 것도 빠듯한 터에 한 입주민이 개 사료를 찾아 의아했는데 지진 당일 건물 잔해에 깔렸던 이 입주민이 반려견을 끌어안고 온기로 버티며 함께 살아났다는 사연을 듣고는 외면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송씨는 "지진 발생 후 1년쯤 지나니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새로 오는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며 "관심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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