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러시아인"…러, 우크라 어린이 수십만명 끌고가 재교육

입력 2024-02-05 15:32  

"넌 러시아인"…러, 우크라 어린이 수십만명 끌고가 재교육
70만명 강제이주설…푸틴, 전쟁범죄 수배 사유이기도
우크라 "러, 우크라 정체성 지우기 되레 자랑스럽게 여겨"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토 또는 점령지로 강제 이송한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민족 정체성을 지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학교 등에서는 우크라이나 아동에게 러시아인 정체성을 주입하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태어나 개전 2주 뒤 러시아로 넘어온 베로니카 울라센코(14)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동료 학생으로부터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울라센코는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애초에 존재한 적 없으며 우리는 모두 러시아인이라고 말한다"라며 "어떤 아이는 내가 친우크라이나적이라는 이유로 나를 때린다"고 증언했다.
앞서 울라센코는 러시아군 침공을 피해 이모와 함께 러시아로 잠깐 피란했으나 결국 이모와 분리돼 리페츠크에 있는 한 어린이 보호소에 맡겨졌다.
약 1년 뒤 울라센코의 할머니가 폴란드 등을 거쳐 그를 본국으로 다시 데려오기 전까지 울라센코는 14개월 동안 러시아에서 학교에 다니며 정체성과 관련한 '재교육'을 받아야 했다.
국제사회는 이것이 울라센코만의 경험이 아니라고 본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인 아동 2만여 명이 러시아로 끌려갔고, 러시아는 이들 아동을 상대로 체계적인 정체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400여 명만 송환됐다고 우크라이나는 집계했다.
러시아는 강제 이주시키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7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보육원을 통째로 자국 점령지로 옮기거나, 아동을 부모와 강제 분리해 러시아로 데려온 뒤 러시아 이름을 부여한 사례도 보고됐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주 라트비아에서 열린 회담에서 "러시아는 이들(아동)에게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들의 이름을 바꾸고,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송환에 도움을 줄 것을 촉구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지우며 믿을 수 없는 정서적 피해를 주고 있다"며 "더 심각한 건 러시아가 이런 행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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