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뉴삼성' 위한 대규모 투자 속도낼까

입력 2024-02-05 15:38  

'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뉴삼성' 위한 대규모 투자 속도낼까
검찰 항소 가능성 있지만 일단 사법 리스크 해소
대규모 투자·M&A 시동…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됐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시동이 걸리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어 '마지막 단추'로 여겨졌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1심에서 인정받으면서 이 회장도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또다시 '경영 족쇄'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CES 2024' 간담회에서 "AI와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등 5개 분야에서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인 2018년 8월에도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삼성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금 보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제대로 된 투자를 못하고 현금을 쌓아뒀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과감하고 앞서가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도 종종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동안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작년 5월 다녀온 22일간의 미국 출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이 회장은 앞서 최후진술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안 하고 이대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2022년 10월 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게 되면 권한은 있으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게 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적용도 피해갈 수 있어 삼성이 주장하는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밖에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개선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 삼성은 반등하냐 고꾸라지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심각한 위기 상황인 만큼 이날 선고 이후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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