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화장실·붐비는 천막서 출산하는 가자 여성들…"의료 붕괴"

입력 2024-02-06 16:39  

공중 화장실·붐비는 천막서 출산하는 가자 여성들…"의료 붕괴"
"빨래집게로 탯줄 고정하고 부엌 가위로 잘라"…산모·신생아 사망률 상승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임산부 누라 바알루샤의 진통은 지난해 12월 머물던 대피소 밖에서 포격 소리가 들릴 때 시작됐다.
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아 구급차도 부를 수 없고 폭격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바알루샤는 집에서 다섯째 아이를 낳았다.
그의 올케가 탯줄을 나무 빨래집게로 고정하고 부엌 가위로 자르면서 출산을 도왔다.
그전까지 네 번의 출산을 모두 병원에서 했던 바알루샤는 집에서 출산하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과거 전쟁 때 한 의사가 집에서 분만을 도왔던 것을 억지로 기억해내야 했다.
바알루샤는 "너무 무서웠다.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며 "양수가 터져 언제든 아이가 나올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신한 여성들이 집은 물론이고 더럽고 붐비는 대피소와 추운 임시 천막,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서 출산하는 가자지구의 의료 붕괴 현실을 전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작년 10월 7일 기준으로 가자지구에는 5만명 이상의 임산부가 있었다.
가자지구는 중동 지역에서 출생률이 높은 곳 중 하나다.
유엔과 보건 담당자, 주민들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평균 여성 180명이 출산하는데 이들은 의료 지원을 거의 또는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임산부들이 출산을 위해 병원에 도착해도 필요한 수준의 의료 지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13개만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또한 부분적인 정도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부상자 수를 다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을 앞둔 여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 북부의 경우는 의료품과 다른 구호품의 지원이 대부분 끊긴 상태고 남부는 임산부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에는 환자들로 넘쳐나는 상황이다.
남부 라파의 에미라티 병원 산부인과가 현재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산모 전용 병원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에 15건 정도 출산이 이뤄지던 이 병원에서 현재 하루에 80명이 아이를 낳고 있다.
이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들은 제왕절개 수술 후 몇 시간 만에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가자지구 산모들의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라일라 베이커 UNFPA 아랍지역 국장은 "산모를 위한 깨끗한 비닐 시트, 탯줄을 자를 수 있는 살균 소독된 가위, 끈과 담요 등이 들어있는 출산 키트가 (가자지구) 여성들에게 충분히 빠르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출산 전·후의 치료가 이처럼 부족하다는 것은 산모와 신생아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으로 고통받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료 종사자들은 말했다.
전쟁으로 인해 의료 체계가 붕괴하면서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 사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집계한 자료는 아직 없지만 의료 종사자들은 이 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작년 10월 30일, 가자시티에서 한 여성이 가족과 함께 대피하던 중 한 건물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이 건물은 10시간 후 폭격을 당했고 산모와 아기 모두 사망했다고 한다.
이 일과 관련해 영국인 의사는 "아기는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생 증명서보다 사망 증명서를 먼저 받게 된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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