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남부군 출신 공직 막은 美 헌법 14조3항, 트럼프 발목잡나

입력 2024-02-09 03:04  

[Q&A] 남부군 출신 공직 막은 美 헌법 14조3항, 트럼프 발목잡나
트럼프 의회 폭동 관련 행동의 '내란 가담' 여부가 주요 쟁점
보수 우위 대법원, 35개주의 유사 소송 결정할 사건 심리 시작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심리를 시작했다.
이 재판은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가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한 미국 헌법 14조 3항의 적용 여부를 다투는 것으로, 2021년 1월 6일 의회에서 일어난 지지자들의 폭동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각이 내란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연합뉴스는 재판 주요 내용과 쟁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연방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게 된 배경은.
▲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작년 12월 19일 콜로라도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2021년 1월 6일 일어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이 내란에 해당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선동해 내란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판결은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가 다시 공직을 맡는 것을 금지한 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이뤄졌다.
콜로라도주 대법관 7명은 전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임명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다.

-- 2021년 1월 6일 무슨 일이 일어났나.
▲ 그날 워싱턴DC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날 아침 백악관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집회를 열었다. 그는 자기가 승리했지만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민주주의를 겨냥한 이 엄청난 공격에 맞서야 한다"며 "의회로 가서…(중략)…힘을 보여줘라", "악착같이 싸워라" 라고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 수천 명이 의회로 몰려가 그들을 저지하려는 경찰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건물로 난입했다. 당시 시위대 1명이 의회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고, 경찰관 184명 등 다수가 다쳤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 의원들이 한때 대피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을 더 선동했다.
그는 폭도들이 "마이크 펜스의 목을 매달아라!"를 외친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어쩌면 부통령의 목을 매달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증언이 하원의 '1·6 특위' 청문회에서 나왔다.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펜스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증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고 주장한다.



-- 헌법 14조 3항이란.
▲ 이 조항은 "연방 의회 구성원이나 연방 정부의 공직자, 어느 주(州) 의회의 구성원 또는 어느 주의 행정부나 사법부 공직자로서 미국 헌법을 준수하기로 맹세했던 사람이 내란이나 반란에 가담했거나 적에게 편의나 원조를 제공한 경우 의회의 상하원의원이 되거나,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선거인을 하거나,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민간이나 군 관련 어떤 직책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 이 조항을 도입한 배경은.
▲ 남북전쟁(1861∼1865년)에서 패배한 남부 군인 출신들이 공직을 맡은 뒤 그 권한을 이용해 정부의 재건 노력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1868년에 도입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이 조항을 적용한 사례는 2022년으로 뉴멕시코주 법원은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한 오테로카운티 공직자가 공직을 계속 맡을 자격이 없다고 결정해 공직을 박탈했다.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판단하는 데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 14조 3항에는 '대통령직'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 그렇다. 헌법을 준수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내란에 가담했을 경우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했지만, 공직에 '대통령직'도 포함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측은 이를 근거로 14조 3항이 대통령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대통령도 공직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내란 가담자가 다른 공직은 맡지 못하게 하면서 국가 최고 권력인 대통령직은 예외로 뒀다는 해석이 상식에서 어긋난다는 여러 법학자의 시각도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
▲ 법원이 내란 혐의에 대한 별도 재판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도 쟁점이다. 미국 형법에는 내란이라는 죄목이 있지만,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작년 트럼프를 '대선 뒤집기'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내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혐의 입증이 어려워 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하원에서 내란(의회 폭동)을 부추긴 혐의로 탄핵당했으나 이후 진행된 상원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점을 강조한다.

-- 다른 쟁점은.
▲ 트럼프 측은 14조 3항에 따라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면 의회가 관련 시행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별도 시행법이 필요 없으며 14조 3항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측은 미국 대통령의 맹세는 "헌법을 보존, 보호하고 방어"(preserve, protect and defend)하는 것으로 14조 3항의 "헌법을 지지"(support)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대통령의 맹세도 헌법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를 막으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가.
▲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가 막히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후보들이 다시 뛰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경선 일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많은 주가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이 다음 달 5일인데 이미 여러 주가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공화당은 오는 7월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지지층의 거센 저항도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면 "혼돈과 난리"가 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 어떻게 되나.
▲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35개에서 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제한하려는 소송이 제기됐다. 콜로라도주를 제외한 다른 주에서는 소송이 기각된 경우가 많으며 일부 주에서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서둘러 결정을 내려 전국적으로 이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 연방대법원 구성이 트럼프에게 유리하다는데.
▲ 지금의 대법관 9명 중 6명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3명은 민주당 행정부에서 임명했다. 특히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연방대법원은 낙태권과 소수인종 우대입학 폐지 등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사건에서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대로 6대 3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다만 이번 사건이 워낙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 연방대법원의 역할은.
▲ 미국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별개로 둔 한국과 달리 연방대법원이 두 역할을 동시에 한다. 주(州) 법원에서 1심과 2심을 끝내고 올라오는 사건들을 최종 심리하는 상고법원이면서 법률과 행정명령이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연방대법원은 매년 올라오는 7천∼8천건의 상고 신청 가운데 80여건만 직접 심리하고 나머지는 하급심 결정을 따르도록 한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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