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니 민주주의 자랑스럽다"…유권자 2억명 초대형선거로 '들썩'

입력 2024-02-14 14:40  

[르포] "인니 민주주의 자랑스럽다"…유권자 2억명 초대형선거로 '들썩'
대선·총선·지방의회 선거 하루에 치러…책상 크기 투표용지에 후보 수백명
중복투표 방지 잉크 찍은 손가락 들고 셀피…"누구 찍었는지는 비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구 기준 '세계 3위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에서 14일(현지시간) '초대형 정치 축제'가 펼쳐졌다.
2억500만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이날 새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역 의회 의원을 뽑으려 앞다퉈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향했다.
투표소가 차려진 수도 자카르타 남부 플라 맘팡 14 초등학교 앞에도 이날 오전 9시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투표장에서 만난 회사원 아니프 라지바(20)씨는 올해 처음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며 "대통령을 직접 뽑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찍었는지는 비밀이라면서도 "내가 찍은 후보가 꼭 당선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날 뽑는 선출직만 2만명이 넘는다. 입후보자 수 약 26만명에 투표관리원 수만 무려 570만명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약 한 달간 총선 투표가 진행되는 '인구 대국' 인도나 사전 투표가 있는 다른 민주국가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단 하루 만에 이들 주요 선거를 모두 치른다. 해외 언론은 인도네시아의 이번 정치 이벤트를 '세계 최대 1일 선거'라고 부른다.


선거를 마친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검은색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얼굴 가까이 들고 셀피를 찍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투표를 끝낸 사람은 며칠 동안 지워지지 않는 특수 잉크가 들어있는 통에 손가락을 담가 표식을 남긴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서다.
주부 다니아르(40)씨는 "인도네시아 시민이라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표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10년간 인도네시아를 이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뒤를 누가 잇느냐다.
국방부 장관인 기호 2번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54) 후보와 기호 3번 간자르 프라노워(55) 후보가 프라보워의 뒤를 쫓고 있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기사인 주나이디(47)씨는 "간자르 후보를 지지한다"며 "나는 부정한 사람이 싫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미 부패했고, 그의 지지를 받는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바꿔가며 자기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를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40세 이상만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하지만, 지난해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가 소장으로 있던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 소원 청구를 인용해 30대인 수라카르타 시장 기브란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또 조코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프라보워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학계와 대학생, 시민단체는 이를 지적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주부 파라(48)씨는 "조코위 대통령을 좋아하기 때문에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며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벽에 붙은 후보자 명단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누구를 찍어야 하나 신중히 살펴봤다. 이날 선거에서 플라 맘팡 지역 유권자가 검토해야 하는 후보는 200명이 넘는다.
회사원 아궁 아민(45)씨는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투표를 도와드려야 했다며 "책상만 한 투표용지를 보니 누가 누군지 몰라 이름을 읽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대통령 후보를 빼면 다들 처음 보는 사람이어서 아무나 찍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에 하원의원으로 출마한 한인 김종성 변호사에 대한 인지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다가가자 몇몇 유권자는 "오랑 꼬레아 총숭 킴"(한국인 김종성)을 외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골카르당 소속으로 이번 하원의원 선거에서 자카르타 2선거구에 출마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 외국인으로 인도네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 중 첫 국회의원이 된다.
회사원 이브라힘씨는 "온 거리에 방킴(김 형이라는 의미로 김 후보의 별명) 사진이 붙어있어 자카르타 사람 모두가 그를 안다"며 "골카르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를 찍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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