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제재폭탄'으로 트럼프와 차별화…러 숨통 조일지 미지수

입력 2024-02-24 01:26  

바이든 '제재폭탄'으로 트럼프와 차별화…러 숨통 조일지 미지수
제재대상 숫자로는 개전 후 최대…러 금융·산업 전반 걸쳐 압박
테러지원국 지정 등 최고 강도 카드는 보류…러와 극한대립 피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러시아 신규 제재는 하루 뒤인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2주년을 맞아 러시아에 대항하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미국의 정책과 그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정복 전쟁과 용기 있는 반부패 활동가이자 푸틴의 가장 매서운 반대파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나발니 사망에 대한 책임 추궁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대러 제재 패키지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년 사이에 발표된 대러 제재 가운데 대상의 규모(약 500개)면에서 가장 광범위한 제재로 기록된다.
우선 러시아의 국영 카드 결제 시스템인 '미르' 운영자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된 뒤 미르를 일부 우호국에 보급함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금융제재 회피를 해왔는데 앞으로 그마저도 제약을 받게 됐다.
또 SPB은행 등 러시아 은행과 투자회사, 벤처 캐피털 펀드, 핀테크 회사 등 금융 관련 단체 10여곳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시베리아의 대규모 에너지 개발 사업인 '북극 LNG(액화천연가스)-2'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LNG를 수출하는 데 사용되는 수송선을 건조한 조선업체 즈베즈다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의 금 생산업체 우후랄졸로토 등 광물 업체와 러시아 최대 파이프 생산업체 '파이프 야금 컴퍼니', 알루미늄 생산업체 '사마라 야금 플랜트', 석탄 생산업체 수에크(SUEK), 국영원자력 회사 로사톰의 자회사인 알렉산드로프 연구소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알렉산드로프 연구소는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의 설계 및 테스트 등에 관여한 단체다.
북한의 대러시아 탄약 및 군수물자 공급에 관여한 항만 인프라 업체 보스토치나야와 컨테이너 사업자 트랜스컨테이너도 제재 대상이 됐다.
아울러 이란이 설계한 '자폭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이란 국방군수부도 제재를 받게 됐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은 제재 대상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미 미국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과 함께 다수의 러시아 개인과 법인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 동결, 특정 러시아 상품에 대한 금수,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접근 불허 등 고강도 제재망을 가동 중인데, 이번 패키지는 그 제재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 의미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중요한 대외 분쟁 현안으로 안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추가지원용 601억 달러(약 80조원)를 포함한 포괄적 안보 예산안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행정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대러 압박 카드를 대거 사용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찾은 나발니의 유족과 전날 면담한 데 이어 개전 2주년에 즈음해 대대적인 대러 제재를 발표한 것은 세계와 자국민에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선 재대결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면서 푸틴과의 우호적 관계를 과시해온 것과 자신의 대러시아 정책을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더욱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국내총생산(GDP) 2% 규모의 방위비 지출' 공약을 지키지 않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상황에서 이런 바이든의 대러 강경책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금융자산(약 3천억 달러)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과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에 포함하는 방안 등 일부에서 거론되던 최고강도의 조치들은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군사 부문에서 러시아의 점령지 크림반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지를 놓고 고민중인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재도 우크라이나를 돕고 러시아를 압박하되, 러시아와의 '극한 대치'는 피하려 하는 바이든 행정부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우며 군수 중심의 내수와 중국, 이란, 인도 등과의 제한적 교역을 통해 국가 경제를 그럭저럭 굴려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가 얼마나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될 수 있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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