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밸류업'으로 저평가 탈출 시도…기업 호응 관건(종합)

입력 2024-02-26 14:48  

韓증시 '밸류업'으로 저평가 탈출 시도…기업 호응 관건(종합)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해 공시토록…자율 형식·페널티 없어
"인센티브 기대보다 약하다" 평가…코스피는 차익 매물 등에 하락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오지은 기자 = 금융당국이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존중 문화의 확산을 통해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장기적인 추진 동력 확보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참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기대보다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韓증시 규모 세계 13위인데…코스피 상장사 66% 장부가치 이하
국내 증시는 지난 십수년간 눈부신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지지부진한 주가 수준을 벗어나진 못했다.
금융위와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2천558조원으로 주요국 13위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순자산 또는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현저히 뒤떨어진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작년 말 기준 1.05배, 10년 평균 1.04배로 집계됐다. PBR 1배 수준이라는 건 순자산의 장부가치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는 작년 말 기준 미국(4.55배) 등 선진국 평균(3.10배)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일 뿐 아니라 대만(2.41배), 인도(3.73배), 중국(1.13배) 등 신흥국 평균(1.61배) 대비로도 낮은 것이다.
코스피 상장사 526개(65.8%)와 코스닥 상장사 533개(33.8%)의 주가는 장부가보다도 저평가된 PBR 1배 이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배당 등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과 저조한 수익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유력 원인으로 꼽아왔다.
금융위는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자본의 효율적 활용 및 생산성 향상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도 근로 소득 이외 자산 소득을 통한 안정적 현금 흐름 확보 필요성도 커졌다"고 판단했다.
◇ 상장사에 자발적인 '밸류업' 요구…일본 증시 활황 이어받을까
이날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향유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 구축'을 목표로 했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이행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방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기업들에 의무 조항을 주지 않고, 시장 압력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 것도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상장시켜 주주가치 존중 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등 '큰 손'들의 투자 판단에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 행동 지침)에도 '투자 대상 회사의 밸류업 노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반영한다.
이는 도쿄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권고 및 그에 따른 일본 증시 호황세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일본 증시 밸류업 기대감에 엔저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최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증시도 금융위가 연초 업무 계획을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시사한 이후 저PBR 업종이 급등하는 등 증시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돼왔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우리 증시도 일본처럼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더해진다면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 테마 아닌 중장기적 문화돼야…"이 정도론 변화 어려워" 평가도
핵심은 이번 정부 정책이 '일회성 주주환원'이나 '단기 테마' 성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중장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업 자율 이행 형식인 데 비해 인센티브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을 움직일 만한 확실한 '당근과 채찍'이 빠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이 정도로는 시장에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세제·세정 지원은 모범 납세자 선정 같은 내용뿐인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표창'의 기준으로 목표설정의 적절성, 계획 수립의 충실도, 이행,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언급했는데 가장 중요한 향후 추가 이익 및 현금 창출을 위한 노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도 한계로 지목됐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즈 일본 제외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최근 "한국에서는 가족이 지배하는 상장기업이 훨씬 더 많고 지배권을 가진 이들은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 대단히 많은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며 "단순히 한국의 지배 패밀리들에게 소액주주를 '착하게' 대하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아니라 재무구조가 주로 문제가 됐던 일본 사례와 다르다는 것이다.
황용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도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소액투자자,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면 증시는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적극적인 호응을 할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날 코스피도 저PBR 종목들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의지를 적극 표명하면서 상승 모멘텀은 당분간 연장될 것이란 낙관론도 여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해 코스피 목표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승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말 코스피 목표지수를 2,700에서 2,850으로 올려 잡은 바 있다.
◇ 일반·소액주주 보호 강화…ATS 내년 상반기 출범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이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 책임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고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내년 상반기 출범 등을 통해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고 비상장주식시장의 제도화 방안도 올해 상반기 발표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이런 노력을 종합돼 시장 신뢰가 제고되고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정착되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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