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업 밸류업' 대증요법으론 한계, 체질·실적 개선부터

입력 2024-02-26 16:46  

[연합시론] '기업 밸류업' 대증요법으론 한계, 체질·실적 개선부터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6일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사 1천600곳에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이다. 자사주 매입, 배당 등에 따른 세제 혜택은 추후 내놓기로 했다. '우등생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해 공표·출시하고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행동지침)도 개정하기로 했다. 강제성과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한국 증시를 한단계 도약시키려는 의지가 읽힌다.

최근 미국, 일본 등과 대조적으로 우리 증시가 유독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작년 말 기준 한국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05배로, 한 기업의 주가총액이 순자산 장부가치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미국(4.55배), 대만(2.41배), 인도(3.73배)는 물론 중국(1.13배)보다도 낮다. 코스피 상장사 65.8%와 코스닥 상장사 33.8%의 주가가 PBR 1배 이하다. 인색한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주가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우리 금융시장은 '글로벌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불릴 정도로 단기 투자 대상으로 전락해 수십 년째 박스권에서 맴도는 취약한 구조다.

정부는 밸류업 지원 대책 외에도 공매도 한시적 금지, 대주주 주식양도세 완화 등 증시 부양책을 잇따라 쏟아낸 데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예정대로 인하 방침도 밝혔지만,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 추이로 볼 때 대증 요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날 대책의 효과도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당일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0.77%, 코스닥은 0.13% 각각 하락 마감했고, 정부의 밸류업 대책에 기대를 걸며 '저PBR 테마'를 형성해 최근 크게 상승했던 지주사, 자동차, 금융 업종 등의 주가가 재료 소멸로 인해 많이 빠졌다.

주식시장이 단타꾼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기업 자본 조달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하려면 탄탄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미국과 일본의 증시 활황도 기업의 반도체, AI 등 각 분야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실적 제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우리처럼 저성장과 실적 부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갇혀서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별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 실적을 개선하고 지배구조 등 체질을 바꿈으로써 외국인, 기관, 개인 등의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과 기업들을 가치 있는 투자처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자본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그 과실을 나눈 투자자들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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