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유족, 日기업 찾아 "사죄 배상하라"…기업 "이미 해결"

입력 2024-02-27 15:43  

강제동원 유족, 日기업 찾아 "사죄 배상하라"…기업 "이미 해결"
피해자 유족, 주총 참석…"한국 재단이 배상금 대신 지급해도 받지 않겠다"
후지코시 사장 "강제 연행·강제 동원·미지급 임금 없다" 기존 입장 강변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후지코시에 동원돼) 이 땅에서 배고픔과 고된 노동의 나날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근로정신대로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 고(故) 임영숙 씨의 남편인 김명배(93) 씨는 27일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시에 있는 제철·금속 제품 회사인 후지코시(不二越) 주주총회장을 찾아 회사 측에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25일 후지코시에 강제 동원 배상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기쁘다"면서도 "한국 재단이 후지코시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해도 나는 그런 돈을 받지 않겠다. 나는 돈 때문에 도야마까지 와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달 강제 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후지코시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이미 해결됐다며 배상을 거부하고 있어 원고들이 후지코시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오만한 태도가 한국에서 식민지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 자녀와 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후지코시에 미래가 없다"고 후지코시 사장에게 경고했다.
이어 "피해자에 사죄 배상하는 게 당연한데 이게 해결 안 되는 것은 역사를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후지코시가 직접 사죄와 배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후지코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날 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회사 측을 상대로 발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씨 발언에 대해 구로사와 쓰토무 후지코시 사장은 "강제 연행은 주주총회와 관계없지만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강제 연행, 강제 동원, 미지급 임금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주총에 참석한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가 전했다.
구로사와 사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 문제는 해결됐다"면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상담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배상을 거부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달 한국 대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직후 "이번 판결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복수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씨 부인 임 씨는 근로정신대로 강제 동원돼 후지코시에서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다.
임 씨는 일제강점기에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1945년 3월 도야마시의 군수기업 후지코시 공장에 동원돼 하루 8시간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노동을 했다.
임 씨는 아이들이 하기 힘든 일이었고 식사는 부족했으며 임금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당시 착취 상황을 설명했다.
임 씨는 후지코시에 사죄와 배상을 받기 위해 2003년 도야마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 진행 도중 숨졌다.
도야마지방재판소는 2011년 강제 연행 및 강제노동은 인정했지만,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이후 남편인 김 씨가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후지코시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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