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흥서 'K-UAM' 실증 한창…"부자 장난감 아닌 대중교통 되도록"

입력 2024-03-03 11:00   수정 2024-03-04 15:36

[르포] 고흥서 'K-UAM' 실증 한창…"부자 장난감 아닌 대중교통 되도록"
국내 첫 UAM '오파브' 소음 측정 시연… 61.5㏈A로 헬기보다 훨씬 조용
7m 날개에 프로펠러 8개로 추진…'1인승' 기체 5인승으로 확장 계획
교통관리·버티포트 운영 등 통합운용 능력 검증…내년 서울 한강·탄천서 실증



(고흥=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고흥만을 등지고 바라본 남도의 푸른 하늘 위로 작은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100m까지 고도를 높이던 비행기는 이내 아파트 20층 정도 높이인 60m 상공에 자리를 잡고 순항을 시작했다. 기체에 적힌 등록부호가 맨눈으로 보일 만큼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나는데도 지상에서 큰 소음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촬영용 드론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릴 정도였다.
지난달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고흥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에서 이뤄진 UAM 기체 사전실증 비행 현장이었다.
이곳에서는 국정과제인 '2025년 UAM 상용화'에 발맞춘 민관합동 '한국형 UAM'(K-UAM)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K-GC) 1단계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시작해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는 1단계는 우선 비도심 지역에서 UAM 기술과 안전성, 운용성 등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에 시연한 이번 실증의 주인공은 항우연이 개발한 국내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다.
이름은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라는 의미의 '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의 약자에서 땄다. 지금은 무인으로 운항하고 있지만, 조만간 유인 비행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오파브는 지난해 11월 첫 공개 비행에 나선 이래 고흥 UAM 실증단지 일대 상공을 20회가량 날았다.
이날 비행 실증은 UAM 비행 소음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오파브를 시속 170㎞로 약 12분간 순항하도록 하고, 지상에서 마이크 80여개로 소리를 측정한 것이다.
130m 상공에서 운항할 때 측정된 오파브의 소음은 61.5㏈A(가중데시벨·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를 더 잘 나타내기 위해 가중치를 붙인 값) 수준. 도시의 일반적인 소음인 65㏈A보다 작고, 80∼85㏈A 수준인 헬기에 비해 훨씬 조용하다.
현재는 더 낮은 60∼100m 고도에서 소음을 측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승욱 국토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오파브는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만큼 큰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아직 본격적인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았다"며 "상용화를 위해 도심에서도 불편이 없도록 이착륙 및 운항 소음을 더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음 측정을 마치고 착륙한 오파브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전장 6.2m에 날렵한 인상인 오파브는 시험 비행 중인 만큼 기체 앞에 '테스트 붐'이라는 안테나 3개를 장착하고 있었다. 기체와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계측하는 장비다.
앙옆으로 뻗은 폭 7m의 날개 앞과 뒤에는 각각 4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이 중 날개 앞의 프로펠러 4개는 각도를 바꿀 수 있다. 수직으로 뜨고 내릴 때는 프로펠러가 하늘로 향하고, 하늘에서는 다시 앞쪽을 향해 기울어져 고속의 추진력을 내는 '틸트로터' 방식이다.



총중량 650㎏, 탑재중량 100㎏으로 조종사 1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240㎞로 한 번에 50㎞ 이상을 날 수 있다.
항우연은 이를 전장 9.2m, 날개폭 10.5m의 5인승급으로 확장하고, 최대 시속 340㎞로 개선해 상용화 환경에 더 가까운 조건에 맞춰 실증할 계획이다.
오파브의 꼬리에는 개발을 지원한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상징하는 정부 문양이, 몸체 뒷부분에는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 등 개발에 참여한 12개 기업·기관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고흥 UAM 실증단지에서는 오파브를 통한 UAM 소음측정뿐 아니라 통합감시, 안전운항·교통관리 시스템, UAM이 이착륙하는 버티포트 등 운항에 필요한 모든 요소의 통합 운용 능력을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장에서는 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 중인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각 사가 맡은 실증 역할을 소개했다.
대한항공은 운항 통제 시스템을, KT는 세계 최초의 '5G 통신망 활용' 교통관리 체계를 설명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UAM 공항' 격인 버티포트와 여객터미널 운영 방안을 안내했다.

<YNAPHOTO path='AKR20240301000900003_07_i.jpg' id='AKR20240301000900003_0701' title='UAM 승객 터미널' caption='[촬영 임성호]'/>

국토부는 고흥에서 쌓은 UAM 실증 경험을 토대로 오는 8월 준도심인 인천 아라뱃길 상공에서 실증에 나선다.
내년 4∼5월, 5∼6월에는 도심인 서울 한강과 탄천 상공에서 각각 실증을 이어간 뒤 내년 말 서울 도심에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UAM을 결국 누구나 택시요금 정도로 이용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K-UAM 그랜드챌린지의 목표다.
정기훈 항우연 국장은 "UAM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대중교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며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UAM 정책 방향을 호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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