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관례 깬 3중전회 연기…'시진핑 시대 뉴노멀' 의미는

입력 2024-03-02 07:00  

[특파원시선] 관례 깬 3중전회 연기…'시진핑 시대 뉴노멀' 의미는
'개혁·개방' 이후 40년 넘게 지속 관례서 '이탈'…"매우 이례적"
'시진핑 2기'부터 바뀐 게임의 규칙…"中 정치 동향 더 예측 어려워"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을 다루는 해외 매체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관심을 기울여온 '3중전회'(三中全會)가 결국 4일 개막할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뒤로 밀려났다.
중국 안팎의 연구자들은 이를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경제난 속에 중대한 개혁 조치가 나올 수 있는 3중전회가 하염없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40년 넘게 이어져 온 중국 정치 제도화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례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 청사진' 선보인 3중전회…'개혁·개방' 등 중대 분기점 역할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개최한다. 시진핑 당 총서기(국가주석)는 2012년 18차 당 대회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했다. 다음 21차 당 대회는 2027년에 열린다.
전국대표대회에선 '중공 중앙'(中共中央) 혹은 '당 중앙'(黨中央)이라 불리는 중앙위원회(정원 205명)가 구성된다.
중앙위원회는 5년에 한 번씩 '비상설'로 열리는 전국대표대회와 달리 '상설'인 최고권력기구로, 외교·국방·경제·사회 등 모든 정부 사무를 지도한다. 당-국가 체제인 중국에서는 중앙위원회가 그 자체로 국가의 의지를 대표한다고까지 할 수도 있다.
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약칭이 '중전회'(中全會)다. 20차 당 대회 후 열린 첫 번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20기 1중전회'(二十屆一中全會), 2차 전체회의를 '2중전회'(二中全會)라 부르는 식이다.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대의 정치 제도화로 그간 당 대회와 다음 당 대회 사이 5년의 기간에 7차례의 중전회를 개최하는 관례가 만들어졌다.
당 대회가 열린 해에 개최되는 1중전회와 2년차 상반기의 2중전회에서 당·정·군 지도부 인사를 확정하면 2년차 하반기 3중전회는 5년 동안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선보이는 방식이 정례화된 것이다. 4∼6중전회는 3년차부터 한 해 한 차례씩 하반기에 열리고, 7중전회는 다음 당 대회 직전에 개최돼왔다.
그간의 3중전회는 역사에 남은 굵직한 경제 방침이 발표된 행사기도 했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1978년 11기 3중전회는 '마오쩌둥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며 그 유명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했고, 앞으로 당은 경제 발전에 집중한다고 못 박으면서 중국 현대사 최대의 변곡점이 됐다.
이어 1984년 12기 3중전회에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청사진이 제시됐고, 1988년 13기 3중전회에선 가격·임금 개혁 방안이 나왔다.
국내 개혁·개방 반발 여론을 잠재운 덩샤오핑의 남부 시찰과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열린 장쩌민 전 주석 시기의 1993년 14기 3중전회에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확립과 국유기업 개혁, 대외 개방 확대 방침이 도출됐다.
2003년 16기 3중전회에서는 후진타오 정권의 모토 중 하나인 '지속가능발전관'이, 2008년 17기 3중전회에선 농촌 개혁 방안이 각각 강조됐다.
'시진핑 1기'(2012∼2017년)까지만 해도 18기 1중전회는 2012년 11월에, 2중전회는 2013년 2월에, 3중전회는 2013년 11월에 각각 열리면서 종전 관례를 그대로 따랐다.
18기 3중전회에선 '전면적 개혁 심화'를 구호로 삼아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민영기업 중심의 시장 활성화와 부패·토지·호적제도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 '시진핑 시대' 바뀐 게임의 규칙…직전 3중전회도 파격 개최
돌아보면 이 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시진핑 2기'(2017∼2022년)부터다.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로 '시진핑 2기'가 시작되고 이듬해 1월 19기 2중전회가, 2월에는 3중전회가 잇따라 개최됐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의 시차를 두고 2중전회와 3중전회를 연달아 연 것은 개혁·개방 이래의 관례를 깬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개최된 2018년 19기 2중전회는 '시진핑 사상'을 명기하는 등의 헌법 개정안을 논의했고, 3월 초의 양회 직전에 열린 3중전회에선 당의 영도력(지도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공식 발표문이 채택됐다.
19기 3중전회 개막 직전에는 신화통신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를 연임(10년)으로 제한했던 규정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듯 3중전회 공식 발표에선 빠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제 방침의 중대한 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연임이 가능해지면서 시작된 '시진핑 3기'(2022∼2027년)는 아예 3중전회를 열지 않고 있다. 20기 1중전회가 2022년 10월에, 2중전회는 작년 2월에 열렸다.
중국공산당 장정(章程·당헌)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당 중앙정치국의 소집으로 매년 최소 한 차례 개최된다고 정했다.
작년에 2중전회가 열렸고 올해는 아직 초반이니 3중전회가 지금까지 개최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헌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며 가다듬어진 관례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관측에는 확실히 힘이 실린다.
중국공산당은 지난달 29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었으나 3중전회 개최 발표는 하지 않았다. 결국 3중전회는 오는 4일 개막하는 양회 이후
열리는 것으로 귀결됐다.



◇ "의사결정 집단 더 좁아질 가능성…한층 예측 어려워진 중국 정치"
'시진핑 3기' 3중전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3중전회는 보통 경제·개혁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이 같은 패턴에 변화가 있더라도 중국 경제가 국내·국제적 난관에 직면한 지금 중국 안팎은 중국공산당이 3중전회로 내놓을 '해법'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서부터 얼마만큼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지 누구도 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시장 침체나 지방정부 부채난, 내수 부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구조적 문제 수준이 됐고, 국제적으로는 서방 진영의 견제가 상수처럼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선거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외생 변수가 어느 때보다 크기도 하다. 3중전회 해법이 실효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하다.
작년 잇따른 고위직 낙마의 사후 처리도 문제일 수 있다.
시 주석의 신임 속에 발탁됐던 친강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 전 국방부장이 한 해도 채우지 못하고 작년에 실각했고, 강력한 반(反)부패 사정 속에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원도 밀려났다.
세 사람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뒤 중앙정부 부장직이나 전인대 대표직(국회의원 격) 등 공식 직함을 속속 상실했는데, 아직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직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낙마가 2중전회 이후에 벌어진 일이므로 3중전회가 소집된다면 당 중앙은 세 사람과 관련한 문제의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3중전회가 미뤄지는 상황은 아직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거나 입장을 정리 중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3중전회 연기에 관한 가장 '눈에 띄는' 해석은 더는 개혁·개방 이후의 관례에 비춰 중국 정치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으로의 강력한 '권력 수렴' 현상은 집권 초반만 해도 연구 대상이었지만 이제 '뉴노멀'로 인식된다.
10년마다 꾸려지는 최고지도부가 권한과 권력을 일정하게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는 형해화됐고, 주요 국가 사무를 시 주석이 모조리 직접 관할하는 체제가 확립됐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의 국정 운영 방식과 관례가 깨진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3중전회가 한해 밀리면 이후의 중전회도 밀릴 수밖에 없으니 이제 꼭 7중전회까지 모두 채워 개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개혁·개방 이후 국가주석 가운데 처음으로 10년 임기를 넘겼고, 이 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10년짜리' 최고지도자가 임기 시작과 반환점에 개혁 방향과 경제 정책의 중대 방침을 발표했던 그간의 패턴을 들이대기 어려워졌다는 생각도 든다.
감감무소식인 3중전회에 대한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의 지적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신문은 "(3연임을 가능케 한) 2018년 헌법 개정부터 20차 당대회까지의 예상을 뛰어넘은 조치를 떠올려보면 관례가 깨지는 것에 놀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다만 제도적 규칙은 늘 외부에 일정한 참고 기준을 제공하는데, 관례 수정이 뉴노멀이 되면 중국 정치 동향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문은 "중앙위원회가 전체회의를 한번 덜 열면 중대 문제를 놓고 모여 토론·결정하는 일이 한번 줄어들거나, 최소한 그 과정에서 권한을 행사할 기회가 한번 적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운영적으로는 더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고위층 의사 결정이 더 작은 범위 안에 집중된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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