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타우러스 녹취' 도청 여부 조사…"우크라 지원 저지 의도"

입력 2024-03-02 19:47   수정 2024-03-02 23:50

독일 '타우러스 녹취' 도청 여부 조사…"우크라 지원 저지 의도"
숄츠 총리 '표적 조절' 발언에 英 반박…논란 와중 러시아서 녹취 공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독일군 고위 간부들의 대화 녹취가 러시아 측에 의해 공개되자 독일 당국이 도청을 의심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문제의 녹취를 공개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독일산 장거리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독일과 유럽 내 불협화음을 부각하고 결과적으로 타우러스 지원을 무산시킬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벨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오전 "공군 내부 회의가 도청됐는지 조사 중"이라며 "연방 군사정보국(MAD)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녹취는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연방 공군 참모총장과 작전·훈련 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 또 다른 장교 2명이 지난달 19일 암호화되지 않은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나눈 대화로 알려졌다.
30여분 분량의 녹취에서 이들은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사용하면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타우러스 미사일의 기술적 운용과 함께 "미사일이 어린이집에 떨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녹취는 타우러스 지원을 두고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 언론이 공개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 측이 타우러스 지원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의심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녹취가 공개된 뒤 "독일에 설명을 요구한다"며 "질문에 답을 회피하려는 것은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6일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타우러스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흘 뒤에는 "잘못 설정될 경우 모스크바 어느 곳이든 도달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독일에 타우러스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숄츠 총리는 야권은 물론 신호등 연립정부 내 찬성 의견에도 불구하고 확전 우려를 이유로 1년 가까이 타우러스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가 표적 조절을 위해 하는 일을 독일은 할 수 없다. 시스템을 다뤄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스칼프(SCALP) 운용을 위해 자국군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숄츠 총리의 발언 이틀 뒤 "스톰 섀도 운용과 표적 설정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전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타우러스 지원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의도적인 기밀정보 오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개된 녹취에도 스톰 섀도와 관련해 "현장에 (영국군) 몇 명이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독일 연방군 대령 출신인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기독민주당)은 "러시아가 독일의 의사결정을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있는지 공개해 타우러스 지원을 저지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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