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에서 사과 가격표 사라진 사연…"값 더 오를 수도"

입력 2024-03-06 16:31   수정 2024-03-06 17:27

과일가게에서 사과 가격표 사라진 사연…"값 더 오를 수도"
사과 지난달 가격 71% 급등…대체수요 늘어난 귤은 78% 껑충
소비자들, 가격 부담에 구입 양·횟수 줄여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차민지 기자 = 6일 서울의 한 과일가게에는 딸기, 천혜향, 참외 등이 큼지막한 빨간 글씨로 눈에 잘 띄는 가격표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사과는 이상하게도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과일가게 주인은 '왜 사과는 가격이 안 붙어있냐'고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말에 "사실 사과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가격을 듣고 보니 깜짝 놀랄 수준이라 이 가게가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3개짜리는 1만5천원이었고 알이 더 굵은 1개짜리는 8천원이었다.
가게 주인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슈퍼마켓은 그나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사과 4개짜리가 1만8천900원이었다. 6개에 1만3천800원짜리도 있었다.
하지만 사과와 배, 감귤 등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인지 과일 매대는 다른 매대보다 한산했다.
이 슈퍼마켓을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 고객은 천천히 여러 과일을 둘러보면서도 장바구니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올해 84세라는 그는 6개 1만3천800원짜리 사과를 들어 보이며 "경로당에 사과 사 가려면 두 봉지는 사야 할 텐데 비싸서 가격만 자꾸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봄에는 7천800원인가 했는데 지금 너무 비싸서 덜 사 먹는다. 사과가 제일 많이 올라 대신 바나나를 사 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과일 담당 직원은 과일 가격이 비싸져 손님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저쪽 4개에 1만8천900원짜리는 하나에 거의 5천원꼴이니 엄청 비싸다. 이쪽 6개에 1만3천800원짜리가 많이 나가는데 흠집이 있거나 작아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과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사 먹는 양이나 횟수를 줄이거나 세일할 때 구매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50대 후반 고객은 "사과가 특히 많이 올랐고 귤도 많이 올랐다. 체감상 두 배 정도 오른 것 같다"면서 "집 근처 시장을 자주 가는데 요즘은 시장도 비싸다"고 말했다.

◇ "햇사과가 나올 때까진 높은 가격 유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 상승률(41.2%)은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6대 과일 생산량의 4분의 1 넘게 차지하는 '국민 과일' 사과는 1월에 56.8% 오른 데 이어 2월에 71.0% 급등했다.
사과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지난해 생산량이 30%나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형진 전문연구원은 "장마로 병해충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배 생산량 역시 27% 감소했다. 착과수 감소, 냉해 피해 등이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배 가격은 1년 전보다 61.1% 올랐다.
지난달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과일은 귤로 작년 동월 대비 78.1% 뛰었다. 이는 사과, 배 가격 급등으로 대체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과 가격은 언제까지 고공행진할까. 사과는 검역 문제로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수확 철까지는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 불가피한 구조다. 사과 가운데 가장 빨리 출시되는 아오리 사과는 7월부터 맛볼 수 있다.

김형진 연구원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한 관계자는 "사과와 배는 저장된 물량이 소비되는데 재고는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사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참외 같은 다른 과일이 나와야 사과, 배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이 조절될 것"이라면서도 "사과, 배는 생산이 3분의 1 정도 줄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이 줄어든 것이다.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납품단가 지원 예산과 할인 지원 예산을 늘리는 한편 대체 과일 공급을 늘려 사과 등 주로 먹는 과일 수요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오렌지·바나나를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초에도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췄지만 과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수입 과일 공급 확대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가끔 귤이 비싸면 더 저렴한 오렌지를 사 먹고는 있다"며 "수입 과일은 너무 달아서 계속 먹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ykim@yna.co.kr, cha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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