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기다리다 10세 천식환자 사망…위기의 英 보건서비스

입력 2024-03-09 00:22  

의사 기다리다 10세 천식환자 사망…위기의 英 보건서비스
"검시사건 보고서 20%는 대기시간·인력부족 등 자원 문제 지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잉글랜드 에식스에 사는 10세 소년 윌리엄 그레이는 2020년 10월 한밤중 천식 발작으로 호흡 곤란을 겪었다.
그의 가족은 긴급히 심폐소생술(CPR)을 하고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뒤 4시간 만에 퇴원했다.
이후 그레이는 수개월간 전문의와 연결되지 못했고 흡입기 변경 말고는 별다른 후속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레이가 입원했을 때 에식스 남동부에서 아동 알레르기, 천식을 담당하는 간호사는 단 1명이었다.
2021년 5월 그레이는 또 발작을 겪어 구급차로 이송됐으나 병원에서 숨지고 말았다.
BBC방송은 8일(현지시간) "영국 의료체계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일반의(GP)의 처방은 그레이의 상태 악화를 막을 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그러면서 영국에서 긴 진료 대기와 인력 부족 등 의료 서비스의 질 악화로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대한 우려와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12월 흉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션 파크스(52) 사망 사건도 있다.
파크스는 전문 병원으로 이송이 결정됐으나 18분 만에 왔어야 할 구급차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3시간여 만에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사망했다.
NHS의 긴 진료 대기나 의료진 부족, 병상이나 진단장치 부족 등 자원 부족과 관련한 보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BBC는 영국 사법 체계에서 변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소인 검시 법원이 지난해 '사망 예방 보고'(PFD)를 통해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에 NHS의 의료진, 자원 부족과 관련한 경고가 109건이었다고 전했다.
검시법원 판사는 현행법에 따라 향후 사망을 막기 위해 조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관련된 개인이나 기관, 지방·중앙 정부에 보고서를 보낸다.
BBC는 2018∼2023년 발송된 보고서 2천600여 건을 분석했는데 지난해 540건 중 NHS의 자원 문제를 언급한 보고서가 109건으로 20.2%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9건당 1건보다 비율이 높아졌다.
건수 역시 2020년 37건, 2021년 45건, 2022년 62건은 물론이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8건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레이 사건을 조사한 소니아 헤이스 에식스 검시 판사는 지난해 12월 빅토리아 앳킨스 보건장관과 보건 당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그레이는 의료보건 전문가들이 그의 천식 증상의 심각성과 빈도, 생명의 위험을 인지하는 데 실패한 결과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레이의 죽음은 부주의 탓이었고 피할 수 있었다"며 "그의 생명을 구해야 했던 의료보건 전문가들의 형편없는 천식 치료와 관리 과정에 수 차례 실패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보건복지부는 성명을 통해 PFD 보고서에서 교훈을 얻는다며 "10억 파운드 규모의 긴급 돌봄 계획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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