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도시된 아르헨 '메시 고향'…어설픈 치안정책이 '화근'

입력 2024-03-12 01:45  

공포의 도시된 아르헨 '메시 고향'…어설픈 치안정책이 '화근'
속옷차림 수감자 공개 등에 반발한 갱단, 무고한 시민 4명 살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가 최근 며칠간 이어진 갱단 폭력에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살인과 마약 밀매 등 범죄가 애초 적잖이 발생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무고한 시민을 목표로 삼은 '본보기 살해'가 잇따르면서 도심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아르헨티나 치안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산타페주(州) 로사리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로사리오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로사리오를 마약밀매 집단의 손안에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코르도바에 이어 아르헨티나 제3의 도시이자 메시와 좌파혁명가 체 게바라의 고향인 로사리오에서는 주민들이 최근 일주일간 전례 없는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택시 운전사와 버스 기사, 주유소 직원 등 4명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이들은 모두 범죄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시민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고 현지 일간지인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일련의 살인 범행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약 갱단원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파블로 코코치오니 산타페주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반바지만 입고 빼곡히 포개져 앉은 재소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갱단원 엄벌 의지를 천명했는데, 갱단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불특정 주민을 목표 삼은 공격을 시작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런 '엄벌 만능주의식' 정책을 극적으로 도입해 큰 효과를 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 상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주말에는 도심을 관통하는 대로에 "주지사와 주 치안 장관이 우리 친인척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며, "무고한 주민, 택시와 버스 기사, 환경미화원, 상인들의 죽음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글이 적힌 협박성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 현수막을 찍은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지역 주민들은 주말 내내 대체로 외부 활동을 삼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민들은 또 갱단 폭력에 항의하고 주 정부 치안 강화를 촉구하고자 한밤중에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는 특유의 시위를 벌였는데, 도로로 쏟아져 나와 행진하던 그간의 형태와는 달리 지난 주말에는 안전을 우려해 각자의 집 발코니에서 조심스럽게 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모습은 현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됐다.
월요일인 이날 역시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거리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현지 일간지인 클라린은 보도했다.
'갱단의 표적'으로 지목된 버스 기사와 환경미화원도 일손을 내려놨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는 연방경찰과 군 병력을 로사리오에 투입하는 한편 주 정부와 함께 대규모 교도소를 서둘러 건립할 예정이다.
파라나강 인근에 있는 로사리오는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등지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는 마약 이동의 한복판에 놓였다.
마약 갱단에 의한 폭력 사태가 빈번해, 인구 10만명당 살인 범죄율(22명·2022년 기준)이 전국 평균의 약 5배에 달한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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