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강요된 금식 겪고 있다"…가자 주민들 '고난의 라마단'

입력 2024-03-12 10:31   수정 2024-03-12 10:32

"이미 강요된 금식 겪고 있다"…가자 주민들 '고난의 라마단'
이스라엘 인권단체들, 정부에 '가자 구호 ICJ 잠정조치 준수하라' 서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됐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쟁으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며 이미 '금식'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시작된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사도 무함마드가 경전 쿠란을 계시받은 일을 기리는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29일 안팎인 라마단 기간 이슬람교도들은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 등 금욕의 시간을 보낸다. 대신 해가 지면 가족과 지인, 어려운 이웃 등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이스라엘의 공습과 봉쇄가 계속되면서 220만 인구의 가자지구 주민은 대부분 집을 떠나 피란에 나섰고, 다수는 가족과 뿔뿔이 헤어진 채 난민 캠프에서 라마단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쟁의 어려움 때문에 라마단 의식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구호품 공급 급감 등으로 식량 사정이 심각해지면서 대다수는 하루 한 끼만 먹고 있어 라마단 금식과 다를 바 없는 배고픔을 이미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엔은 최근 가자지구 전체 인구가 '위기'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수주간 구호품이 끊긴 가자 북부는 주민 대부분이 재앙·기근 수준의 식량 위기에 처해있다고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일부 주민은 나뭇잎이나 동물 사료를 먹고 있고, 다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흔히 먹는 야생 식물 이집트 아욱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두 자녀와 함께 가자 북부 자발리야에 있는 이만 알리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 달 이상 거의 먹지 못했다면서 "라마단이 아니어도 우리는 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스라엘에 구호품 공급로 개방과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12개 인권 단체도 당국이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 물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명령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잠정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고, ICJ는 1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인권 단체는 서한에서 "ICJ의 명령은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재앙을 끝내기 위한 법적인 의무"라면서 "그것은 민간인의 긴급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해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인질 석방을 포함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ICJ의 명령을 준수하고 잠정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완화하고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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