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임대차2법 4년…② 폐지냐 보완이냐 고민하는 정부

입력 2024-03-14 10:20  

[서미숙의 집수다] 임대차2법 4년…② 폐지냐 보완이냐 고민하는 정부
'폐지 수준 전면 재검토' 내걸었지만 시행 4년 흘러 폐지 쉽지 않을 듯
헌재도 합헌 결정…전문가 "계약기간·임대료 상한은 완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이 올해로 시행 4년을 맞은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대차 3법의 전면 재검토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정부는 이미 제도가 시장에 정착된 만큼 '폐지'와 '보완'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불거졌던 전세제도 개편안은 전세 자체를 없애거나 전세 보증금을 제한하는 등의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임차인 보호 수단을 강화하면서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세의 월세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 임대차 2법, 대법은 합헌 판단…흔들리는 폐지론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이 현실화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강한 어조로 제도 손질을 공언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대차 3법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웠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임대차 2법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작년 말에도 원 전 장관은 "임대차 2법은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가격 작동과 계약에 있어서의 다양한 선택권을 막아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세입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임대차 시장과 매매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임대차법으로는 안 되고,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차 2법 개선 방안은 현재 국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수행해 다음 달 말이면 용역이 끝난다. 이후에는 정부로 공이 넘어 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폐지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임대인을 비롯한 임대차 2법 폐지론자들은 4년치 전세를 한꺼번에 올리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셋값이 주기적으로 뛸 수 있고, 신규 전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임대차 2법 때문에 임대인이 전셋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고, 주택 매도도 힘들어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는 등록임대사업자와 달리 정부 혜택이 없는 사적 임대계약에 대한 규제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정부가 임대차 2법을 폐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시행 4년을 맞아 제도가 시장에 정착하며 초기 부작용도 감소했고, 이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혜택을 누린 임차인도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차 2법이)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였음에도 다시 (임대차 시장에) 생채기를 내 되돌리는 게 바람직할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대차 2법 폐지 시 또 다른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최근 임대차 2법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의 명분이 약해졌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임대차 2법과 관련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임차인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져 제한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 기각의 골자다.
4월 총선 결과도 변수다. 법 개정을 위해선 임대차 2법 폐지나 무력화를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데,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압승하지 못하는 이상 법 개정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결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임대차 2법 폐지보다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제도 보완 쪽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무리 부작용이 컸던 제도라 해도 이미 시장에서 4년 가까이 작동하면서 충격에 적응해왔는데 지금 와서 제도를 다시 바꾸면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타난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 전문가 "폐지시 더 큰 혼란…임대기간·임대료 제한 등은 현실화 필요"
현재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의 폐지가 어렵더라도 임대기간과 임대료 상한율은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은 '2+2년'이 기본인데, 자녀 학기 등을 고려해 '3+1년'을 허용하는 등 계약기간의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3+3년'식으로 계약기간을 늘리는 임대인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법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거론되던 대안이다.
전월세 상한제 인상률도 현행 5%에서 10%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갱신계약 시 과도한 임대료 제한으로 시장에 3중 가격이 형성되고, 신규와 갱신계약간 임대료 격차가 커지는 등 혼란이 컸다"며 "지역별, 유형별 전셋값 평균 인상률 등을 고려해 그에 근접하게 인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등 주택 개선 비용이 투입되면 인상률 제한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대학교수는 "어차피 전셋값 하락기에는 5%의 상한율이 의미가 없다"며 "갱신권 제도는 가져가되, 상한제는 과도한 임대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는 만큼 인상률을 10% 수준으로 높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최근 연구용역 중간보고 자리에서 국토부에 5% 상한을 10%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임대인의 주택 매매 등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또는 '직접 거주한다'는 집주인의 거짓말로 임차인이 갱신권을 쓰지 못하는 경우 등의 문제는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한 뒤 약속한 2년을 더 살지 않고 중간에 나갈 경우 임대인이 불시에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고, 중개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 전세제도 손질도 촉각…"인위적 전세 규제보다 월세 전환 유도"
전세사기 등 임차인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주택 임대차시장 현황과 개선방향' 브리프에서 임대차 보호와 지원 정책의 대상을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노출된 전셋값 5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하고, 고가 전세는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전셋값 상승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부실화의 원인이 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을 5억원 이하 전세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보증금의 일정 부분(10%)을 의무적으로 금융기관 등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 보증금의 5∼10%만이라도 에스크로에 묶어두면 전세금 보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고가 전세는 전세사기 대상이 아니고 전세가율이 낮아 갭투자도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보호해야 할 전세금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임대인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 거부감이 크고, 에스크로에 묶이는 전세금만큼 전셋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전세난에 대비해 전세 보증금을 시세의 70%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경우 전세가율이 집값의 100%를 넘는 지방의 임대인들은 전세금을 일시에 반환해야 해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점차 전세 임대 포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전세 계약 후 계약서에 첨부되는 중개사들의 공제 증서를 복사해서 첨부할 것이 아니라 계약 건별로 발급하도록 하면 전세사기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차 계약 시 유의점 등 사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전세 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인위적으로 전세가격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 장관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랜 세월 관행적으로 형성된 전세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고 했고, 기획재정부는 현재 에스크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임차인들이 전세에 종속되지 않도록 다양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해 전세 수요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것이 박 장관의 생각이다.
민간이 임대주택을 활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주되,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도, 임대료 상한 등 제약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월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이런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다만 과도한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연내 전세자금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추진하기로 하고 1주택자 등 적용 범위와 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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