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왜 또다시 스트롱맨 푸틴을 선택했나

입력 2024-03-18 03:22   수정 2024-03-18 13:57

러시아는 왜 또다시 스트롱맨 푸틴을 선택했나
전시·나발니 추모 속 5선 성공…러시아인에겐 공>과 평가
반서방 정서·침략 잦았던 역사도 푸틴에 힘 실어
전쟁 장기화 피로도·반정부 여론·인플레 등은 불안 요소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6년을 더 맡겼다.
푸틴은 17일(현지시간) 종료된 러시아 대선 출구조사 결과 8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예상했던 대로 압승이 확실시된다.
이번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은 2030년까지 러시아를 계속 이끌게 됐다.
서방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자 서방은 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하면 그의 통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지난해 6월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차를 끌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는 무장 반란을 일으켰을 때는 푸틴의 철옹성 같은 통제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하면서 조성된 추모 분위기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푸틴은 보란 듯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5.0(집권 5기) 시대'를 열었다.

◇ 독재 비판에도 압도적 지지 받는 '대체 불가' 리더십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 조사에서 푸틴의 지지율은 지난해 내내 80%를 웃돌았다.
푸틴에 대한 견고한 지지는 적어도 국내에선 "그래도 러시아에 이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소련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에도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1991년 붕괴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등으로 러시아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평가받는다.
푸틴은 2000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한 러시아' 정책을 펼쳤다. 고유가 시대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를 끌어올린 푸틴은 석유·가스·식량 등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세계 경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련 붕괴 트라우마가 없는 젊은 층도 경제적 안정과 질서를 우선하는 분위기다.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비판받지만, 푸틴의 공(功)이 과(過)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서방과 싸움에 힘 실어주자"…강한 지도자 요구하는 역사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
계란값이 40% 급등하는 등 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러시아인들은 일상에서 전시 상황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데다 서방 기업이 철수한 빈자리는 병행수입 제품과 자체 브랜드로 어느 정도 메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1.1%에서 지난 1월 2.6%로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2.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방과 대립이 심화하면서 '나치 제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 저지' 등 푸틴이 내세운 특별군사작전 명분에 동조하는 현지 여론도 커졌다. 러시아가 서방 전체에 맞서는 상황을 보며 강대국의 위상 회복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사 분쟁이 벌어지면 여론은 지도자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러시아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서방과 싸우는 것으로 보고 있고 서방의 불합리함에 러시아가 큰 피해를 보고 있으니 푸틴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산이 없는 지형으로 늘 외부 침략을 고민해야 했고 광대한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고 민족은 다양해 행정적 통제를 위해 강력한 권력이 요구됐다"며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적 강력한 지도자가 있을 때 러시아가 번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정 러시아와 소련 시절 불만을 표출했을 때 가혹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이어지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어려운 일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러시아인의 의식에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장 위원은 덧붙였다.
푸틴 정권도 여론을 통제하고 반대자를 배제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언론과 서방 주요 소셜미디어의 접속은 차단됐고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면 처벌받는 상황에서 국민은 점차 전시라는 현실에 무뎌지고 차라리 무관심해졌다.
반정부 여론을 결집할 지도자도 마땅치 않다. 나발니는 사망했고, 부인이 남편의 뜻을 잇겠다고 선언했지만, 해외에 있어 러시아 내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반정부 인사들도 대부분 해외에 망명 중이다.


◇ 종신집권의 걸림돌은
종신집권을 향해가는 푸틴의 걸림돌은 본인의 건강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통치 체제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다음 2030년 대선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여럿이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그로 인한 서방과의 갈등이 길어지면 국민의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불안이 커져 지난해 알코올 의존 사례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젊은이들이 계속 전장에 투입돼야 하는 점도 여론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
나발니 사망을 계기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고 부정선거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언제까지 안정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서방 제재로 에너지 수출 경로는 계속 제한되고 있고 유가 하락 위험도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16%에 이를 정도로 인플레이션 관리도 쉽지 않다.
푸틴은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가 구매력 기준 세계 4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을 자신했다. 또 향후 6년간 출산율 제고, 최저임금 인상, 평균 기대수명 연장, 참전 병사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여론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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