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틴, 스탈린 넘어 '30년 집권' 확정…"러 더 강해져야"(종합2보)

입력 2024-03-18 11:15   수정 2024-03-18 13:53

차르 푸틴, 스탈린 넘어 '30년 집권' 확정…"러 더 강해져야"(종합2보)
5선 대관식, 종신집권 길 열었다…철권통치 '푸틴 5.0 시대' 개막
우크라전 등 힘실리는 강경 대외노선, 북중러 밀착 가속…서방과 신냉전 가열
라이벌 없는 선거, 득표율 87%대 역대최고…백악관·젤렌스키 등 서방은 비판
개헌으로 2036년까지 정권 연장 가능…현실화시 표트르 대제 빼고 최장 집권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김연숙 기자 =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라이벌 없이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손쉽게 5선 고지에 오르며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도 넘어서며 역대 최고 득표율과 투표율을 명분 삼아 안팎으로 더욱 강력한 철권통치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특히 이번 대선이 만2년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특별작전'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신임투표 성격도 있었다는 점에서 집권 5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안으로는 내부 동요 차단 및 결속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더욱 강경한 노선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첨예하게 대치하며 서방과의 신냉전을 한층 더 달굴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개표율 98% 기준, 지난 15∼17일 진행된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이 87.34%의 득표율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선에서 80%대 득표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세운 기존 최고 득표율 76.7%을 10% 포인트 이상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득표율 4.3%),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8%),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3.17%) 등 다른 후보 3명은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지 못했다.
앞서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은 전날 러시아 최서단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투표가 마감된 직후(모스크바 시각 오후 9시)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87%의 득표율로 선두에 올랐다고 밝혔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 폼(FOM)은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투표율도 투표 마감 시간 직전인 전날 모스크바 시각 오후 8시37분 기준 74.22%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96년 69.81%, 2018년 대선 투표율은 67.54%였다.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 옛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뛰어넘게 됐다.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됐다. 2000년에 태어난 러시아인은 서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명의 대통령만 겪는 셈이다.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에는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실권을 유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선다.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압도적 지지를 재확인한 푸틴 대통령은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부를 묻는 성격도 갖고 있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도네츠크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 90%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푸틴 5.0' 시대에는 추가 징집 등 특별군사작전 정책이 강화되고 서방과의 대립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북중러 밀착 등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5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러시아 사회가 통합되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전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지난달 16일 시베리아 감옥에서 옥중 의문사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슬픈 일"이라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로 독재자를 뜻하는 '스트롱맨' 평가가 따라다니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선거 첫날인 15일에는 곳곳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거나 투표소 방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접경지 침투 시도도 이어졌다.
마지막 날인 이날 정오에는 나발니 지지자들이 주도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다.
또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동원되고, 국제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지 못하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도 투표가 시행된 점 등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별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은 후보 등록부터 가로막히는 등 이번 대선이 사실상 '답이 정해진' 선거였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러시아 대선으로는 처음으로 사흘간 투표가 진행되고 온라인 투표가 도입된 것도 공정한 선거 관리를 가로막기 위한 장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방은 러시아의 대선이 민주주의를 흉내 내는 선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미리 정해진 선거"라고 평가 절하했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작된 선거"라고 규정했다.
나발니의 최측근 레오니트 볼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높은 득표율 예상치에 대해 "현실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낙선한 후보들은 곧바로 승복했다. 하리토노프는 "우리는 선거 기간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행했다"고 말했고, 다반코프는 "승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푸틴이다"라고 밝혔다. 슬루츠키는 "푸틴은 역사적인 결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종신집권에 나서는 차르의 '대관식' 성격을 가질 푸틴 대통령의 다섯번째 취임식은 5월 7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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