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현생인류, 인니 토바화산 대폭발 후 건조기에 아프리카 탈출"

입력 2024-03-21 05:00  

[사이테크+] "현생인류, 인니 토바화산 대폭발 후 건조기에 아프리카 탈출"
국제연구팀 "7만4천년 전 토바 화산 폭발이 현생인류 이주 촉진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아프리카에 살던 초기 현생인류가 약 10만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 대폭발 이후 이어진 건조기에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한 것은 장기간 이동하면서 사냥과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녹색 통로'(green corridor)가 만들어지는 습한 시기였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과 배치된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존 카펠만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1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에티오피아 북서부 중석기 유적지에서 발굴된 석기와 동물 유골 등을 분석, 현생인류가 토바 화산 대폭발이 일어난 7만4천년 전 이곳에 거주했고 이곳이 당시 매우 건조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여러 차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전 세계로 확산한 것은 10만 년 전부터다. 연구자들은 식량이 풍부하고 인구가 증가하던 습한 시기에 형성된 '녹색 통로'로 이들이 세계로 확산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해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에티오피아 북서부에 있는 블루 나일강의 지류인 신파강 유역 중석기 시대 유적지인 신파-메테마1(Shinfa-Metema 1)을 조사했다. 이곳에서는 많은 화살촉과 석기 제조 과정에서 나온 돌 조각, 포유류 이빨 화석 등 동물 유골, 타조 알껍데기 등이 발굴됐다.



이들 유물이 발견된 지층의 퇴적물에는 화산 폭발 때 분출되는 유리편(glass shard)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7만4천년 전 대폭발을 일으킨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지역에 현생인류가 28만년 전부터 5만년 전까지 이어진 중석기 시대 가운데 약 7만4천년경에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타조 알껍데기와 포유류 이빨 화석에서 나온 산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당시 이 지역이 매우 건조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당시 이곳 사람들의 물고기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조한 기후에서는 식량 얻기가 어렵지만 역설적으로 강이 마르고 웅덩이가 되면서 활과 화살로 물고기 사냥이 가능해진 게 그 이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먹은 음식에 물고기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는 것은 긴 건기 동안 강이 얕은 물웅덩이로 변하면서 물고기 사냥이 쉬워졌고, 현생인류가 이런 건조한 기후 조건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건조한 시기에는 자원이 고갈되면 사람들이 물웅덩이를 벗어나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밖으로 흩어져나갈 수 있는 '푸른 통로'(blue corridor)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적지에서 확인된 이들의 행동 유연성은 토바 화산 대폭발 여파 속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고,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John Kappelman et al., 'Adaptive foraging behaviours in the Horn of Africa during Toba supereruption',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208-3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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