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 열차 참사 증거조작 의혹…"역장에 책임전가"

입력 2024-03-25 22:00  

그리스 정부, 열차 참사 증거조작 의혹…"역장에 책임전가"
"역장·기관사 녹취록, 짜깁기 정황"…야권, 불신임투표 예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지난해 2월 발생한 그리스 최악의 열차 참사의 책임을 개인 과실로 몰아가기 위해 정부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일간지 토비마는 24일(현지시간) 정부 당국이 공개한 사고 당시 역무실·기관실 간 통신 녹취록이 역장 개인의 실수를 부각하기 위해 짜깁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녹취록에서 라리사 역장은 "가도 됩니까"라는 기관사의 질문에 "가세요, 가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토비마는 이 녹취록에서 역장과 대화를 나눈 기관사가 사고 열차와 관련이 없는 다른 열차의 기관사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28일 오후 11시 21분 승객 350명을 싣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 열차가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57명이 숨진 이 사고는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참사로 기록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으로 드러나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정부가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방치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사고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인간의 실수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라며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정부 당국은 이 발언 직후 문제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리스 경찰은 잘못된 선로 변경 지시를 한 혐의로 라리사 역장을 체포했다. 그러는 동안 미초타키스 총리는 지난해 6월 재선에 성공했다.
토비마는 정부가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참사가 전적으로 개인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녹취록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감추기 위해 역장과 대화를 나눈 기관사의 이름이 삭제돼 있었다고 전했다.
주요 야당들은 정부가 열차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증거를 조작했다며 불신임 투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군소 야당들도 잇따라 불신임 투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당이 과반(158석)을 차지해 불신임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파블로스 마리나키스 정부 대변인은 이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야권의 불신임 투표를 환영한다며 비꼰 뒤 "이러한 저속한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의회는 열차 참사에 대해 4개월 동안 국정조사를 진행했지만 핵심 증인이 줄줄이 빠지면서 고위급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은 따져보지도 못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사고로 라리사 역장 등 30명 이상의 철도 직원과 간부가 기소됐다. 재판은 6월에 시작된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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