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시대의 '3대 도전'…전력망·국내산업 육성·경제성

입력 2024-03-31 11:00   수정 2024-03-31 12:03

해상풍력 시대의 '3대 도전'…전력망·국내산업 육성·경제성
한전 재무위기 속 송전망 부족에 발전허가 못 내주기도
100조 시장 이익 '유럽·中으로' 우려도…전문가 "해상풍력 시장 설계 정교하게"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국내 해상풍력 발전 산업이 최대 100조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력계통 연계 지원,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 경제성 확보라는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들도 있다.
우선 해상풍력 발전은 대규모 전력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전력을 수요지로 나를 수 있도록 육지의 전력망(계통)에 연결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풍력 발전을 하기 좋은 호남권 해안과 제주도의 경우 전력망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해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해도 전기를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보내기가 어렵다.
이 같은 송전망 제약은 실제 발전 사업 불허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펀드사인 블랙록은 전남 신안군 일대 바다에 10조원을 투자해 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5개를 동시에 짓겠다고 발전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가 작년 말 정부로부터 불허 결정을 통보받았는데, 전력계통 포화가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누적 적자가 43조원에 달해 재무 위기에서 빠진 한국전력이 책임지는 송전망의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도 국내외 업계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민감한 문제다.
풍력 타워 구조물, 해저 케이블 등 일부 해상풍력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해상풍력 사업의 원조 격인 유럽과 거대한 자국 내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해상풍력 시장을 키워낸 중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터빈 등 핵심 기자재 공급과 설치에서부터 사업 기획, 자금 조달, 운영 등 전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국내의 대형 해상풍력 발전 사업 다수가 오스테드를 비롯한 북유럽 업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유럽계 해상풍력 업체들이 향후 발전소 운영을 통해 보조금이 얹어진 높은 전기요금을 가져가고, 터빈을 비롯한 주요 핵심 기자재 시장까지 베스타스 등 세계 선도 업체들이 채우면서 해상풍력 산업 발전의 과실을 외국 기업들이 대부분 챙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소가 공급하는 전력 단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 가중치까지 반영했을 때 1킬로와트시(kWh)당 약 300원으로, 작년 한전의 전체 전력 평균 구매 단가인 145원보다 배 이상 높다. 50원대인 원전 생산 전기보다는 6배가량 비싸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장기 고정 가격 계약을 통해 운영 후 20년간 보조금이 얹어진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안정적 수익을 내도록 보장받는다.
작년 12월에는 이런 방식으로 5개 업체가 총 1.43GW 규모의 해상풍력 고정 계약 낙찰을 받았는데, 상당수가 외국계 사업자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해상풍력 발전 시장 진출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기업이 아직 전체 사업 시행자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양호한 성능에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터빈과 케이블, 하부타워 등 중국 기자재의 국내 시장 진출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호남권에서 진행 중인 한 중대형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는 풍력 발전기를 서로 잇는 내부 전선망은 국내 업체인 대한전선에 맡겼지만, 발전기 클러스터에서 육지를 잇는 30㎞ 길이의 외부 연결 전선망은 중국 업체인 형통광전에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상풍력 발전의 중요 인프라인 해상풍력 설치선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최근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해저 지형과 수로 등에 관한 민감한 정보 관리 우려가 부각되기도 했다.



아파트나 빌딩 같은 고층 건물을 지을 때 대형 크레인이 없으면 자재를 위로 올리지 못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100m가 훌쩍 넘어가는 기둥과 블레이드 같은 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려면 전용 초대형 선박이 있어야 한다.
현재 대형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장기 고정 가격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아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입찰자를 선정하는 평가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가격 요인 외에도 국내 경제 파급 효과 등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행 풍력 고정가격 계약 경쟁입찰 선정 평가 기준은 가격 요인을 기준으로 한 계량 평가 항목에 60점이 배정된다. 이 밖에 국내 산업·경제 효과 16점, 주민 수용성 8점, 계통 수용성 8점 등이 반영되는데, 작년 12월 입찰에서는 가격 요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적으로는 풍력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비싼 해상풍력 발전의 단가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가장 가격이 비싼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낮춰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을 낮춰줘야 하는 정책 목표와 당장은 가격이 다소 높아도 장기적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상풍력에는 많은 보조금이 나가는데 신규 허가권을 대부분 외국 회사가 가져가고 있는 점이 고민"이라며 "입찰 때 가격 외에도 산업 기여도 배점을 높여 국산 설비 구매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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