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종치자 광장서 1500명 뻐끔뻐끔…獨 대마초 합법화 첫날

입력 2024-04-01 18:06   수정 2024-04-01 18:23

0시 종치자 광장서 1500명 뻐끔뻐끔…獨 대마초 합법화 첫날
오늘부터 성인 25g까지 소지 가능…베를린 한복판 자축 파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4월1일 0시(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3·18광장.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요란한 레게음악과 함께 대마초 타는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부활절 밤 대마초 합법화를 자축하기 위해 열린 단체흡연 행사에 1천500명이 참여해 베를린 한복판 광장을 꽉 채웠다. 일부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0시가 되기 전부터 대마초에 불을 붙였지만 현장에 배치된 경찰도 제지하지는 않았다.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마약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날부터 독일에서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피울 수 있게 됐다.
18세 이상 성인은 대마초를 최대 25g까지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지할 수 있고 집에서 3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다. 일종의 공동재배 모임인 '대마초 클럽'에 가입하면 한 달 최대 50g까지 대마초를 구할 수 있다.

2016년 '베를린 대마초 클럽'을 설립해 합법화 운동을 해온 토르스텐 디트리히는 대마초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을 자전거에 싣고 와 광장에 설치했다. 그는 "오늘은 수백만 독일 시민이 자유를 얻은 역사적인 날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날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하는 인구는 400만∼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미 널리 퍼진 마당에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려 암시장 부작용을 없애고 청소년도 보호하자는 게 합법화의 취지다.
열다섯 살 때부터 대마초를 피웠다는 알렉스(40)는 "규제해봐야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합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알코올은 몸을 해치는 반면 대마초는 몸 안의 수용체를 자극할 뿐 독성 물질은 없다"며 "무해하지는 않지만 정신적 문제를 겪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두둔했다.
참가자들은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시며 연신 대마초 연기를 뿜어댔다. 광장 바로 앞 브란덴부르크문역 지하철 승강장까지 대마초 냄새가 날 정도였다.

새 마약법은 학교 건물과 체육시설 반경 100m 안에서 대마초 흡연을 금지하고 보행자 전용도로에서도 오후 8시 이전에는 피울 수 없는 제한을 두긴 했다. 독일 정부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필요하면 법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암거래가 일반화한 탓에 청소년 보호를 내건 대마초 합법화는 '실험'에 가깝다. 이날 3·18광장에는 대마의 주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테스트 부스가 설치돼 대마초를 무료로 나눠줬다.
부스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17세 고교생은 "여러 경로로 구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피운다.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질 뿐 부작용은 겪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마초 판매는 여전히 불법이다. 직접 재배하거나 비영리 단체인 대마초클럽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합법화 논의 과정에서 이미 독일 전역에 대마초클럽 수백 개가 새로 생겨 가입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대마초클럽은 7월1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업계에서는 재배시설을 갖추는 등 준비를 거쳐 회원에게 대마초를 공급하려면 몇 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암시장에서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추상·미디어 미술을 한다는 죄렌(40)은 3·18광장에서 0시를 기다렸다가 대마초를 피우면서도 주변에 깔린 경찰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어디서 샀는지는 불법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몇 달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화 이후에도 한국 국적자가 독일에서 대마초를 피우면 한국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독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단 한 번이더라도 각종 검사를 통해 대마 성분이 검출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 대마 성분이 포함된 담배·음료·케이크 등을 자신도 모르게 흡연·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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