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노점상 신용카드 허용' 명동 가봤더니-③

입력 2024-04-04 06:00  

[팩트체크] '노점상 신용카드 허용' 명동 가봤더니-③

[※ 편집자 주 = 서울 중구청이 지난 2월 노점상의 사업자등록과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팩트체크 기사 1편 [팩트체크] 포장마차는 왜 신용카드를 안 받을까?-①, 2편 [팩트체크] 정부는 세금 안 내도 된다는데, 노점상은 왜-② 에서는 노점상들이 신용카드를 못 받는 현실과 노점상이 세금을 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다뤘습니다. 3편에서는 중구의 이번 정책이 노점상 신용카드 결제와 세금 납부 문제의 해법이 될지 짚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희 김민수 이은도 인턴기자 = 서울 중구청은 지난 2월5일 전국 최초로 노점에서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노점상은 부가가치세법에 규정된 '고정된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었다. 사업자등록이 어려우니 카드 단말기도 쓸 수 없었다. 중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중구는 '도로점용 허가증'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구청이 명동 노점상에게 1년 단위로 갱신되는 도로점용 허가증을 내준다. 상인이 이 허가증을 관할 중부세무서에 제출하면 세무서가 사업자등록증을 내준다. 이렇게 하면 노점상은 카드단말기를 두고 카드를 받을 수 있고, 세금도 내게 된다. 도로 사용을 허가받은 노점상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마다 구청에 도로점용료를 지불한다. 거리를 고정 사업장으로 보아 노점상에게 빌려준다는 의미다. 푸드트럭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명동 노점상인회('명동복지회')는 노점상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고 명동 상권도 활성화될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명동복지회 이강수 총무도 이번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그 결과 명동 노점 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발표 후 한 달이 흐른 3월8일 오후 4시. 노점이 밀집한 다섯 개 구역 중 가장 노점이 많은 '명동길'에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노점의 개수를 직접 확인해 봤다. 39곳을 확인한 결과 7곳만 카드를 받았고, 카드 결제가 된다고 안내를 붙인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명동 노점 350곳 중 69곳이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명동 노점상인들이 사업자등록을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 카드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은 상인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거나 "신청할 예정"이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추가 확인해본 결과 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었다.
우선 노점상인 중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탓에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었다. 이 총무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져 신용불량자가 된 상인들이 몇 분 있다"며 "매우 복잡한 문제라서 장기적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분들의 신용 문제가 해결된 뒤에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두 번째로 가족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임대아파트에 사는 노점상인도 사업자 등록을 꺼리고 있었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소득을 공개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복지 혜택을 못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한 내국인 관광객은 "카드를 안 받는다고 해서 오늘도 계좌이체를 했다. 현금은 잘 안 들고 다니고 계좌이체는 번호를 일일이 찍어서 해야 하니 번거롭다"고 불만스러워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카드는 안 받는 것 같고, 노점마다 계좌번호가 붙어있으니 그냥 계좌이체를 한다"고 했다.
주변 건물에서 장사하는 명동 상인들은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손님 유치를 둘러싼 경쟁의식보다는 전체적으로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전보다 관광객이 많이 올 테고, 전체적인 유동 인구도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답했다. 명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도 "앞으로 (노점상이) 카드를 받게 되면 손님들이 카드를 쓰기 편해질 테니 명동을 더 많이 찾을 것이다. 무엇보다 명동 거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중구청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더라고 인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명동 노점에 100% 설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점상인에게 강제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시민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정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구의 노점상 정책에 대해 노점상의 제도권 유입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정부가 노점상 실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문제와 당사자인 노점상들이 보호를 못 받고 매출도 충분히 올리지 못한다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관광 지역에서 받아들일 만한 파일럿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노점상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강제로 노점상들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성과를 높이려면 참여를 강제하기보다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간담회 등을 통해서 참여를 꺼리는 이유를 파악하고 보완하려는 추가 노력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hjhkk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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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mstkfka050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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