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경영몰입 행보…밤 9시까지 집무실 지키고 매일 현안회의

입력 2024-04-07 07:31  

정용진 경영몰입 행보…밤 9시까지 집무실 지키고 매일 현안회의
평소 즐기던 인스타그램·골프 끊고 경영 전면에 나서
'올해 실적 개선 모멘텀 만든다' 경영능력 증명 의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이 최근 강도 높게 경영에 몰입하는 행보를 보여 유통가의 주목을 받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8일 회장 승진 이후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접 주요 회의를 주재하며 꼼꼼하게 현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대표와의 일대일 회의는 물론 재무, 영업, 물류 등 현안별로 관련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토론하는 그룹 회의도 잦다. 장시간 회의가 하루 2∼3개씩 겹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문 경영인 체제 속에 계열사 임원의 의사결정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경영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집무실을 지키는 날이 부쩍 늘었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8∼9시에 퇴근하는 일과도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승진한 그날부로 비상 경영체제가 가동됐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정 회장이 인스타그램 활동을 전면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도적으로 끊었다기보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여유가 없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평소 즐기던 골프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회의 석상에서 대면하는 일이 잦아진 계열사 임원들의 긴장감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룹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누가 뭐래도 지난 30년간 한국 유통산업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라며 "오랜 업력으로 축적된 전문성에 특유의 통찰과 고급 정보를 갖고 현안에 천착하다 보니 회의에서 계열사 대표들이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정 회장의 이런 행보는 그룹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139480]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협공 속에 실적이 악화해 미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첫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현재의 위기를 대변한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실적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승진 인사가 발표되기 전 모친인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한 주변 수뇌부 인사들에게도 이런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그룹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시기에 도입된 관행을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마트 창립 31년 만의 첫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나 철저한 신상필벌에 기반한 임원 수시 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계에 큰 충격파를 던진 이들 제도는 모두 신세계그룹 안정적인 인사 운영의 전통을 깬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2일 단행된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 인사는 정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을 그룹 안팎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누구든지 언제라도 짐을 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대표이사 재선임을 의결한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후, 이사회 이틀 후 전격적으로 대표와 영업본부장, 영업 담당 등 3명을 동시에 경질한 것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읽힌다.
실적이 안 좋아도,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어도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던 임원 인사 기조의 변화를 천명한 것이다.
정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비상 경영 체제는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계열사 대표가 실적 시험대에 오르고 몇몇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에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세계가 유지해온 여러 제도와 관행에 메스를 가하는 대대적인 내부 개혁도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절박함이 엿보인다"며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시밭길을 걸으며 위기를 타개할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상황 인식이 선명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짚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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