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 "밸류업, 알 깨고 나온 병아리"

입력 2024-04-04 17:01   수정 2024-04-04 17:03

[마켓人]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 "밸류업, 알 깨고 나온 병아리"
"가치투자, 가장 안정적인 투자 전략…가치분석 리서치 역량 제고"
"ETF 시장 진출 계획 없어…공모펀드 상장, 주식처럼 매매하면 역효과"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신용자산운용은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치투자를 운용 원칙으로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자산운용사다.
신영운용의 대표 상품인 '마라톤 펀드'의 명칭에는 오랫동안 마라톤을 뛰듯 저평가된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엄준흠(59)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치투자는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낼 확률이 가장 높은 전략"이라며 신임 사령탑으로서 신영의 고유한 색깔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가치주 귀환' 현상에 대해선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온 것이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젠 병아리를 닭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신영증권[001720]에 입사한 뒤 채권운용과 파생상품본부, 홀세일부문 등을 거쳤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당시 신영투자신탁운용)이 설립될 당시 신영증권 투자신탁부 소속으로 운용 실무를 담당하며 회사의 기틀을 다졌다.
다음은 엄 대표와 일문일답.
-- 신영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느낌과 각오는.
▲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고 뭘 해야 하는지, 또 다른 기존 투자신탁사와 어떤 점을 차별화해서 고객에게 드려야 할지 등을 잘 알고 있다. 신영이 추구하는 것은 가치투자다. 가치투자는 저평가 자산에 장기 투자해서 고객에게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과제로 한다. 한국에서 진정한 가치투자 운용사를 만들기 위해 신영투자신탁이 만들어졌다. 허남권 전 사장을 포함해 여러 선배들이 길을 잘 만들어왔는데 그 철학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겠다.
-- '신영' 하면 떠오르는 게 가치투자인데 가치투자를 어떻게 정의하나.
▲ 기술적으로 가치투자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자산의 본질적인 가치를 분석한 뒤 그것을 할인된 가격에 운용해서 적정 가격에 파는 것이다. 여기서 시장은 비효율적이라는 관점이 가치투자의 출발이다. '미스터 마켓'(조울증을 앓는 것처럼 변덕스러운 시장을 의인화한 표현으로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이 사용한 개념)이라는 용어처럼 시장은 공포와 탐욕, 쏠림 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시장에 휩쓸리지 않고 원래 자산이 갖고 있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해서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한다. 가치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게 멋있거나 논리적이거나 명분이 되거나 그런 게 아니다. 가치투자가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있고, 요즘처럼 저평가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가치투자자로서 가치주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선거를 앞둔 이벤트성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 다르다고 본다. 과거에는 지배주주가 제도의 맹점을 활용해 일방적으로 파이를 편취했는데 이젠 소액주주가 파이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 생각이 많이 깨어있고 회사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 거다.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온 것인데, 병아리가 알로 돌아갈 순 없다. 계속 자라나야 한다. 다만 닭이 아니라 병아리인 이유는,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저출산·고령화에 일부 산업으로 편중돼 있는 경제구조, 가계부채 문제 등이 있다. 가계부채는 쉽게 구조조정할 수 없고 결국 정부부채로 전이된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한국경제는 저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파이를 나눠야 하는데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가 닥친 거다. 그래서 자산운용이 정말 중요하다. 자산운용사는 사기업이지만 공적인 기능도 많이 한다. 고객 자산,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개인연금, 퇴직연금 같은 장기적인 자금을 어떻게 잘 운용할까, 우리는 여기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신영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중심이었는데 최근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도 영역을 넓혔다. 곧 부동산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펀드의 의의는.
▲ 최근 부동산 및 대체운용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만약 우리가 부동산펀드를 하게 되면 남들이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레버리지로 투자수익을 올리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진 않을 것 같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가치투자와 일맥상통하는 형태의 부동산을 하게 될 것 같다. 머릿속에 생각하는 게 몇 개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
-- 작년 국민연금이 신영운용에 위탁한 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언론 등 외부에서는 신영이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이차전지 투자를 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동의하는지.
▲ 가치투자에서 중요한 건 비효율적인 시장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기업 가치를 독립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거기서 가치를 찾아내 불완전한 시장으로부터 다른 가격을 발견한 뒤 이익을 얻는 것인데, 기관투자의 영역과는 조금 다르다. 국민연금은 어마어마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데 가치투자에 몰아 투자하는 건 그 자체가 쏠림을 만들 수 있다. 상당한 위험부담이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기관투자가는 소위 벤치마크를 어느 정도 따라가 줘야 하는 게 있다. 사실 가치투자가 오랫동안 소외를 당했다. 자본시장의 환경 때문에 우리가 시장 대비 좋은 성과를 못 보이다 보니 기관투자가들은 허용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 요즘은 운용사들이 ETF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ETF 상품 출시 계획이 있나.
▲ 없다. 현재 한국에서 ETF는 패시브(지수 추종) 아니면 테마형인데, 패시브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간다. 시장 수익률에 비효율성이 있다고 보고 안정적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가치투자와는 다른 전략이다. 또 구조적 저성장으로 가는 시장에서는 ETF가 좋은 수익률을 내기는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테마형 ETF는 전형적인 '미스터 마켓'의 행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 하반기 공모펀드 상장이 가능해지면 운용업계 변화도 많아질 것 같다.
▲ 고객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이 많이 줄고 거래 진입에도 자유롭지만, 그게 좋은진 모르겠다. 너무 거래가 편하면 장기투자할 수가 없어 독이 되는 경우 많다. 물론 고객들이 손쉽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장점이 많을 것 같다. 다만 거래소 상장 펀드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고, 판매 수수료 역시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수수료인데 고객이 펀드를 주식처럼 샀다 팔았다 하면 안 된다. 안정적으로 장기투자해야 할 자산이 단기 거래 상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공모펀드 상장은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이나 투자 성향 등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병행돼야 목표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올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가치투자를 잘하려면 투자하는 자산에 대한 정확한 가치분석이 돼야 한다. 가치분석하는 리서치의 역량을 지금 수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하겠다. 또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기투자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투자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자산 중에서도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노후 자산을 만들고 운용하는 게 우리 경제구조에서도 중요한 문제고, 막중한 책임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우리를 믿고 맡겨달라고 해서 고객이 맡겨주지 않는다.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의 투자철학, 투자전략을 이해하는 고객들이 들어와야 하고, 우리는 운용 과정 전반에 대해 세세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고객과 같은 호흡으로 있으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는 불만족스럽다.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비롯해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려고 한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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