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구호트럭 오폭 논란…"이스라엘군, 차량마다 조준"

입력 2024-04-04 11:10   수정 2024-04-04 11:40

커지는 구호트럭 오폭 논란…"이스라엘군, 차량마다 조준"
구호단체 스타 셰프 "의도적 공격"…전문가도 "단순사고로 믿기 어려워"
"이스라엘군, 드론으로 구호트럭 정밀 타격한 듯"…국제사회 분노 폭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들이 숨진 비극으로 인한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 참사는 오폭이 아닌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자국민을 잃은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분노도 들끓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이번 일로 직원 7명이 희생된 WCK의 창립자인 스타 셰프 호세 안드레스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격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안드레스는 "이것은 단순히 잘못된 장소에 폭탄을 투하한 운 나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조직적으로 구호 트럭을 차량 별로 조준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WCK 소속 차량 3대가 공습을 받아, 팔레스타인, 폴란드,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 직원 등 모두 7명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며 오폭을 인정했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전쟁 중 야간에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일어난 '오인에 따른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상대로 보복 공격을 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반년을 꽉 채우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기아 위기가 깊어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밀어붙이던 이스라엘로서는 이례적인 빠른 인정과 사과였다.


하지만 안드레스 셰프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1.5km, 1.8km 거리의 인도주의 호송 행렬이었고, 트럭 지붕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색색의 로고 깃발이 표시돼 있었다.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매우 분명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스라엘 측의 오폭 해명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또 WCK가 이스라엘군과 지속적인 소통 중이었고 그들의 위치를 이스라엘 측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충돌 방지 구역에서 겨냥했다. 그들은 우리 팀이 그 도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미 CNN 방송도 영상·이미지 분석 결과 WCK 구호 차량에 대한 공격이 여러 차례의 정밀 타격으로 전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스라엘의 주장과는 달리 이번 공습이 오폭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CNN은 폭격으로 망가진 WC 차량 3대 중 2대는 가자지구 알 라시드 해안도로의 두 지점, 나머지 1대는 첫번째 차량에서 2.4㎞ 떨어진 노지에 멈춰서 있었다면서 이는 WCK 차량 3대가 각각 별개의 공격을 받았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알 라시드 해안도로에서 발견된 차량 2대 중 1대는 WCK 차량이 구호용 식량을 내려놓은 데이르 알발라 창고를 막 벗어난 지점에서, 또 다른 차량은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됐다.
첫번째 차량에는 광범위한 화재 흔적이 있었고, 두번째 차량 역시 WCK 마크가 선명한 지붕에 구멍이 뚫린 채 불에 타 있었다.
비장갑 차량으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는 세번째 차량은 두번째 차량과 1.6㎞ 떨어진 노지에 나뒹굴고 있었다.
WCK 설립자 안드레스 셰프는 이와 관련,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첫번째 차량을 공격했을 때 차량에 타고 있던 팀원들은 차량을 빠져나와 두번째 차로 갔으나 두번째 차량까지 공격을 받자 세번째 차량으로 도망쳤고, 그 사이 자신들의 신원을 확실히 하려 교신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번째 차량마저 폭격을 받으면서 "이런 결과를 목도하게 됐다"고 덧붙엿다.

영국 포병장교 출신의 탄약 전문가인 크리스 콥-스미스도 현장 영상과 사진에 나타난 차량 파손 모습을 근거로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고라고 믿기는 어렵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WCK 차량 3대의 심각한 피해로 볼 때 무인기(드론)에서 발사된 고정밀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면서 치명적인 미사일을 발사하는 드론은 감시 드론과 함께 운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스라엘군이 WCK 로고를 포함해 공격을 받은 WCK 차량을 전면적으로 식별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폭발이 제한적이고 파손 부분이 국부적인 것도 이스라엘 드론이 공격에 쓰인 것을 뒷받침한다면서 철저한 분석을 위해 현장의 미사일 파편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이와 관련, WCK 구호 차량이 구호창고에 구호품을 내려놓고 떠난 뒤 "이스라엘 드론 1대가 WCK 차량들에 차례차례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번 사건을 잘 알고 있는 국방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테러리스트가 해당 차량 행렬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이스라엘 드론이 WCK 트럭들에 미사일을 쐈다면서 "이동 경로의 안전에 책임을 맡은 부대의 전쟁상황실은 미사일로 차량 중의 한대를 공격하라고 드론 조종사에게 명령을 내렸다"고 하레츠에 말했다.
하레츠는 아울러 해당 차량들에는 수상한 무장대원이 타고 있지 않았고 사전에 승인됐으며 이스라엘군과 조율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아 위기가 심각한 가자지구 주민들을 돕는 과정에서 숨진 WCK 직원 7명 중 6명이 속한 나라들도 이스라엘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숨진 WCK 직원들의 국적은 모두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나라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일에)화가 나고, 비통하다"면서 "이스라엘은 구호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일 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영국민 3명 등 구호요원 사망에 경악했다(appalled)"고 말하며 철저하고 투명한 독립적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일을 사과하면서도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과 관련 "받아들일 수 없고 불충분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이후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측을 압박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소셜미디어 엑스에 "대다수 폴란드 국민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전폭적 연대를 보였다. 오늘 당신들은 이 연대를 정말 어려운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비극적 공격과 당신들 반응이 이해할 수 있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썼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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