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마잉주 회동일 함의는…미일회담·대만관계법 45주년겨냥

입력 2024-04-11 11:20  

시진핑-마잉주 회동일 함의는…미일회담·대만관계법 45주년겨냥
양안·대만문제 "개입말라" 메시지 발신…국민당 샤리옌·마잉주 이어 주리룬 주석도 초청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만나 발신한 핵심 메시지는 '외세배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대만의 대표적인 친중파인 국민당 소속 마 전 총통과 사실상 회담 형식을 통해 "외세 간섭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재결합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발신한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 전 총통은 지난 1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데 두 사람간 만남은 방중 열흘째 이뤄졌다.
중국은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시간으로 1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한 시점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안보 이슈의 '핫스폿'인 대만 문제에 개입하려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또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4월10일'에 대해 "미국이 대만에 무기 수출 등을 포함해 대만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의 대만관계법을 제정한 45주년 기념일을 골라 시 주석이 마 전 총통과 회동함으로써 대만에 정치·군사적 지원을 하는 미국을 겨냥했다"고 짚었다.
회동에서 마 전 총통은 대만해협 전쟁 불가론으로 시 주석에 맞장구를 쳤다.
마 전 총통은 "전쟁이 난다면 중화민족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면서 "양안의 중국인들은 다양한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갈등을 피할 만큼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양안 갈등은 중국과 대만이 알아서 할 테니 미국은 끼지 말라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어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 양안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고 했고, 마 전 총통 역시 호응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이른바 '92공식'을 합창한 것이다. 92공식은 친중 세력인 대만 국민당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독립·친미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반대한다.
외교가에선 2016년과 2020년에 연거푸 당선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 지난 1월 선거에서 당선된 같은 당 라이칭더 차기 총통과도 접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시 주석이 사실상 '노정객'에 불과한 마 전 총통과 정상급 회담을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외신은 이를 두고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과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중국이 대만의 현재 집권 세력이 아닌 친중 국민당 세력을 파트너로 삼아 대(對)대만 정책을 펴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중국은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마찬가지의 특별행정구로 여기면서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정세에 비춰볼 때 섣부른 시도를 할 수 없을뿐더러 세계 첨단 반도체 산업 선진국인 대만이 미국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우회로라는 점에서 중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옥죄고, 첨단 기술 제재로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을 차단하려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문제 개입을 철저히 배격하면서 대만 내 독립·친미 세력을 고립시키는 동시에 친중 세력은 확장하는 방안을 최상의 대만 정책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마 전 총통의 방중 기간 중국 당국이 차이 총통의 민진당 정부를 '분리주의자'라고 여러 차례 비난하면서도 친중 국민당과의 접촉면을 늘려가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은 현직인 차이 총통은 물론 라이칭더 차기 총통과는 단절한 채 국민당을 당국 간 교류의 파트너로 삼는 노골적 행보를 더 확대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국민당 샤리옌 부주석에 대해 작년 12월과 올초 잇달아 방중하도록 한 데 이어 마 전 총통 방중 일정을 만들어 시 주석과 회동까지 성사시켰다.
방중 기간 '갑진년 청명 황제(黃帝) 제사'와 뿌리 찾기(尋根) 활동으로 양안이 한 집안이라는 점을 부각한 마 전 총통은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의기투합하는 대외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고무된 듯 중국 당국은 이제 주리룬 국민당 주석의 방중도 초청했다고 대만 연합보는 전했다.
전날 주 주석은 시진핑-마잉주 회동에 대해 "평화로운 양안 교류 추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로 규정하면서, 라이 차기 총통에게 "대만해협의 전쟁이냐, 소통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마잉주 회동을 계기로 '92공식'과 대만 독립 반대 주장을 거세게 펼 것으로 보인다"며 "마 전 총통이 중화민국(대만)의 주권과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제도 수호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은 유감으로 대만 사회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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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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