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종간 경쟁이 호모 종 분화 촉진…척추동물 진화 추세와 반대"

입력 2024-04-18 05:00  

[사이테크+] "종간 경쟁이 호모 종 분화 촉진…척추동물 진화 추세와 반대"
英 연구팀 "다른 호모 종, 현생인류와 경쟁에 밀려 멸종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종(種)간의 경쟁은 새 종 출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류의 조상인 호모(Homo) 종 진화에서는 종간 경쟁이 종 분화(speciation)를 촉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라 반 홀스타인 박사팀은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호미닌(hominin. 고생인류) 종들의 출현과 멸종을 분석, 종간 경쟁이 호모 종 분화를 촉진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500만년에 걸친 호미닌 진화에서 경쟁이 새 종의 출현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음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이는 인류 계통의 종 형성 패턴이 다른 어떤 척추동물과도 달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척추동물 연구들은 기후와 종간 경쟁이 종 분화와 멸종에 중요 요인이었음을 시사하지만, 지금까지 호미닌 종 분화와 멸종 연구는 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초점이 맞춰졌고 종간 경쟁의 영향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반 홀스타인 박사는 "그동안 종간 경쟁이 인류 진화 나무 형성에 미친 영향은 무시돼왔다"며 "기후가 호미닌 종에 미친 영향도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척추동물에서는 생태학적 '틈새'를 채우기 위해 새 종이 진화하고, 자원(먹이 등) 틈새가 채워지면 경쟁이 시작돼 새 종의 출현은 줄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멸종하는 종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 예로 다윈의 핀치새는 견과류를 먹는 큰 부리와 곤충을 먹는 작은 부리를 가진 새로 진화하는 등 종 분화가 일어나다가 경쟁이 시작되면 새로운 핀치새는 나타나지 않고 멸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호모 속 등장 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호미닌 17종의 화석 기록을 토대로 한 통계 모델(Bayesian modelling)과 계통 발생학적 분석을 통해 종간 경쟁과 종 분화 및 멸종 간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호모 속 이전 초기 호미닌은 다른 포유류와 같이 종 다양성이 적고 경쟁이 적을 때 종 분화율이 높아지다가 경쟁이 심해진 후에는 멸종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호모 속 종들은 반대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 홀스타인 박사는 "틈새가 채워지면 무언가가 더 많은 종을 출현하게 했고 호모 종이 많을수록 새 종의 분화 속도도 빨라졌다"며 "이는 다른 척추동물 진화 추세와 완전히 반대되고 진화 과학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갇힌 섬 생태계에서 특이한 진화 추세를 보이는 딱정벌레가 있다며 호모 종의 진화 패턴은 다른 영장류나 포유류보다 섬에 사는 딱정벌레의 그것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호모 속 종들이 다양한 적응 기술 덕분에 다른 척추동물이나 이전 호미닌과 다른 진화 패턴을 보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 홀스타인 박사는 "석기나 불을 사용하고 사냥 기술이 있는 종은 빠르게 새로운 틈새를 개척할 수 있어 생존을 위해 진화할 필요가 없다"며 "이것이 최근 연구에서 새로운 호모 종의 발견이 급증한 배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궁극의 제너럴리스트인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졌다"며 "거의 모든 생태학적 틈새에서 극도로 유연한 적응 능력을 갖춘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이 다른 모든 호모 종의 멸종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Ecology & Evolution, Laura van Holstein et al., 'Diversity-dependent speciation and extinction in hominin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4-02390-z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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