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행사서 우크라전 딱 한 번 언급…푸틴의 자신감?

입력 2024-05-10 12:13  

전승절 행사서 우크라전 딱 한 번 언급…푸틴의 자신감?
전투기 비행도 다시 등장…"전장에서 다시 주도권"
전차는 옛소련 T-34 1대뿐…"전차 보급 차질 시사"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세계대전 전승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 차례만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러시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조국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체가 특별군사작전의 영웅들과 함께한다. 이 위대한 애국 전쟁에서 승리자의 세대를 바라봐야만 한다"며 묵념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8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특별군사작전'을 한 번만 언급했다"면서 "현대의 적들을 때리는 것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 국민의 희생을 기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NYT는 또 올해 열병식이 빈약했던 작년 열병식보다는 규모가 약간 더 확대됐다면서 "이는 전쟁 초기 충격에서 회복해 현재 전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전쟁 초반 결사 항전에 나선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부딪혀 예상과 달리 고전했다. 이후 전선은 교착 국면에 빠졌고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주춤 사이 공세를 강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세계대전 전승전 열병식이 이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비방하는 '연단'(Podium)이 됐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강조하고 서방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 점점 더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2000년 이후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 '서방'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매년 서방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열병식에는 약 9천명의 군인이 참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는 적지만 지난해(약 8천명)보다 많다.
열병식에 참여한 외국 정상의 수도 조금 늘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에는 2차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와 함께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던 옛 소련권 국가 정상들만 초청했지만 올해에는 쿠바, 라오스, 기니비사우 정상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에도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NYT는 특히 올해 열병식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전투기 비행이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의 모스크바 공격이 늘어나면서 열병식에서 전투기 비행이 취소됐다. 이후 러시아가 방공망과 자체 드론 능력을 강화하면서 모스크바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잠잠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더 광범위하게는 지난 1년간 러시아는 경제를 안정시키고 군사 생산을 확대했으며 신규 병력을 꾸준히 충원해 '처참했던' 우크라이나 침공 첫 해 이후 전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열병식에서 러시아 전차가 1대만 동원된 것을 두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전차 등 장갑무기 보급이 차질을 빚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옛 소련의 T-34 1대가 열병식에 등장한 유일한 러시아 전차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전승절 열병식에 최소 20대의 전차가 참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느라 전장에 배치된 최신 전차를 열병식에 끌고 올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yunzh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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