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년차에 국방장관 갈아치운 푸틴…우크라전 '변곡점' 되나

입력 2024-05-13 12:18   수정 2024-05-13 14:33

전쟁 3년차에 국방장관 갈아치운 푸틴…우크라전 '변곡점' 되나
우크라 침공 후 첫 대규모 개편…러 "군비지출 통제할 전문가 필요"
"군 장악력 강화 포석", "경제 앞세워 공세 의지", "군 부패 대처"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경제 전문가로 전격 교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행된 장수 교체라 전쟁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크렘린궁은 군비지출이 급증하면서 이를 통제할 민간인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군부 장악력을 높이고 전장에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외견상 '교체'라는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경질 또는 해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집권 5기를 맞아 안보팀 수뇌부 개편을 발표하면서 쇼이구 장관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정치의 핵심 인물이자 러시아연방 역사상 최장수 장관으로, 푸틴 대통령과 시베리아 휴가를 같이 갈 정도로 측근으로 꼽혀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대규모 개편이자, 10여 년 만에 러시아 안보라인의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되는 이번 인사를 놓고, 크렘린궁은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전장에서 승리하는 사람"이라며 "현 단계에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에 맡긴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전으로 국방비 지출이 폭증하고 있다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했고, 로이터 통신도 경제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특히 성급한 변화는 피하는 경향이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기 드문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러시아가 점차 우크라이나 전장의 주도권을 찾아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한편, 러시아가 장기전을 이어갈 규율과 경제적 능력을 갖췄음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 풀이했다.
정치 컨설턴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블룸버그 통신에 크렘린궁이 군사 문제에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라며 "벨로우소프는 개인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직책상 국방장관보다 상위에 있는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됐다.
덕분에 체면은 살릴 수 있게 됐지만 실상은 해임 또는 경질로 봐야 한다고 대다수의 서방 언론은 짚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이라 표현했고, 뉴욕타임스는 '해임 가능성'(potential dismissal)을 언급했다. 텔레그래프는 '경질'(sack)이라고 못 박았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명목상 역할은 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사하지만, 군대나 보안 기관을 직접 통제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에게 국가안보회의 운영을 맡겨 지근거리에 두면서도 직접적인 권한은 주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 출신인 쇼이구 장관은 1991∼2012년 러시아 비상장관을 지냈다. 국가 자연재해 대응하는 모습으로 TV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종이 행정 대신 '행동하는 사람'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을 막아낸 덕분에 거의 '건드릴 수 없는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예상 밖의 고전을 겪으며 쇼이구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그의 측근인 국방차관이 뇌물수수로 체포되면서 쇼이구 장관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벨로우소프는 군과는 거리가 먼 경제 관료라 이번 인선을 다소 의외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2∼2013년 약 1년간 경제개발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20년 이후 제1부총리를 지냈다. 푸틴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고문 중 한명으로 알려져 왔다.
국방장관으로서 벨로우소프의 임무는 군 '고삐 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텔레그램에 "푸틴 대통령이 군산복합단지, 공장, 국제시장에서의 전쟁에 승리하겠다는 의도"라고 적었다.
그는 "이런 승리 전략은 최전선에서의 동원과 돌파구가 아니라,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경제 전체의 힘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느린 압박을 가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관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원 역시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무기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군사적 필요를 최적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벨로우소프는 논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영국군 정보대령 필립 잉그램은 "이번 조치로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을 옆에 두는 동시에, 러시아 국방부 전반에서 부패의 영향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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