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대전환] ③ "경제안보 사활"…정부·기업, 정보·전략 역량 강화 분주

입력 2024-05-19 06:01  

[통상 대전환] ③ "경제안보 사활"…정부·기업, 정보·전략 역량 강화 분주
정부, 8월 무역안보관리원 출범 준비 박차…"수출 엔진 하나라도 살려야"
기업들, 통상 전문가·美 전직 관료 영입 잇따라…로비 자금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동규 김보경 기자 = 미중 갈등 심화와 탄소중립 전환 등 글로벌 복합 위기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는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안보관리원을 출범하는 등 지원체계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기업들도 통상 전문가와 미국 전직 관료 등을 대거 영입하고 아웃리치(대외접촉) 기능을 확대하는 등 대관 역량을 키우고 있다.



◇ 정부, 8월 무역안보관리원 출범…"국가간 교역 전반 안보 담당"
19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월 기존의 전략물자관리원을 무역안보관리원으로 확대·개편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번 조직 개편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무역안보 정책 수립과 무역안보 영향 분석, 국제협력 지원 및 전문 판정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1월 근거법인 대외무역법 개정안이 통과돼 조직 개편이 급물살을 탔다.
새로 출범하는 무역안보관리원은 기존의 수출통제 관련 업무를 넘어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계 지원과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임무까지 담당하게 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경제안보를 핵심으로 하는 새 국제 무역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개편되는 무역안보관리원은 기존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넘어 자본·기술·인력 등 국가 간 교역 전반의 안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본부 차원에서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등 업종별 수출입 현안 점검회의, 민관 합동 간담회, 민관 협력 포럼, 통상법무 카라반 회의, 기업 현장 방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출 기업의 애로를 직접 청취하고 애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적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수출 기업이 무너지고 국가 경제가 함께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산업·통상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 안에서 팽배하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어떻게든 수출 엔진 하나라도 살려 경제를 끌고 간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있다"며 "규제 개혁과 신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기업들, '통상 전문가' 영입 활발…대미 로비 역량 강화
기업들도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중심주의 강화 정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워싱턴DC 사무소를 확대하고 통상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대미 로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글로벌공공업무(Global Public Affairs)팀을 이끌던 김원경 사장을 승진시키고 조직을 '팀'급에서 '실'급으로 격상시켰다. 김 사장은 외교부 출신의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로, 2012년 3월 삼성전자에 합류해 2017년 11월부터 글로벌공공업무팀장을 맡아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에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리퍼트 부사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SK그룹은 지난 3월 SK USA 법인을 'SK아메리카스'로 변경하고,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대미 협력 조직을 통합했다.
지정학적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사업의 내실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가 20%씩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대표는 유정준 부회장이 맡고 있다.



IRA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던 현대차그룹도 해외 대관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꾸려진 신생 조직 'GPO'(Global Policy Office)가 대표적이다. GPO의 수장으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을 영입했다.
올해 초에는 조직을 '사업부'급으로 격상시키고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 등을 지낸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도 전무로 영입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의 성 김 전 미국 대사를 현대차그룹 자문역에 위촉했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동아시아·한반도 정세 최고 전문가다.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과 김용태 전 산업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 장재량 전 산업부 통상교섭실 다자통상협력과장 등도 상무로 영입했다.
LG그룹은 2022년 초 미국 워싱턴DC에 대외협력 사무실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백악관 터줏대감' 조 헤이긴을 영입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020년 윤영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을 그룹 전략 담당 상무로, 지난해 송용식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 혁신행정담당관을 한화에너지 전무로 각각 영입했다.
지난해 초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북미 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미국 정·관계 로비에 쓰는 자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올해 1분기 대미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219만5천달러를 집행했다. 이는 1998년 로비자금 내역이 공개된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금액이다.
삼성 계열사는 작년에도 630만달러의 로비 자금을 집행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에 219만달러의 대미 로비 자금을 쓴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에만 76만달러를 집행했다.



◇ 무협, 조직 개편 착수…기업 수출 지원 확대
수출 기업을 측면 지원하는 한국무역협회(KITA)도 해외조직을 강화하고 기업의 수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무협은 이달 중 조직 개편을 통해 미주권역본부, 구중동아프리카권역본부, 아주권역본부 등 3개 권역 본부를 신설하고 지역별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지 주재 기업들과 협의회를 운영하며 애로 해소에 집중한다.
또 국내 기업의 현지 투자와 진출이 증가하는 미국 댈러스와 폴란드 바르샤바에 신규 지부를 열고 수출 지원에 나선다.
내년에는 해외 지부가 없는 지역 중 현지 진출 수요가 높은 유망시장을 'KITA 포스트(Post)'로 지정해 국내외 유관기관과 현지 한인 등을 통해 수출 마케팅을 지원하고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기존 '현장정책실'을 '무역정책지원실'로 확대·개편해 무역 애로 해소와 대정부 건의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실'은 '신무역전략실'로 개편해 수출 동력 발굴과 편중된 시장·품목 개선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등 기능을 강화한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수출 지원 지역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수출 지원을 위한 대표 경제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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